네트워크 통신장비업체 코어세스의 올해 매출 목표는 5천5백50억원이다. 회사 설립 5년만에 일군 성과다. 지난해는 매출 2천4백억원에 당기순이익 7백3억원을 기록했다. 그런 코어세스에서 지난 1월 임금체불 문제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매출이나 순익 규모를 볼 때 임금체불이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연은 이렇다. 지난 97년 1월 코어세스를 세운 하정율 사장(39)은 이듬해에 위기를 겪게 된다. 자금부족으로 두달 동안 급여를 지불하지 못했다. 형편이 나아지면 지급하는 걸로 하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했다. 회사를 같이 세운 이들은 오히려 밤새워가며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어차피 원래 있던 회사에서 받던 임금을 스스로 절반으로 싹둑 자른 후 모여서 회사를 창업한 터여서 개의치 않았다. 그 결과 지난 98년 2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5배나 뛰었다. 그러던 지난 1월 하 사장은 우연히 밀린 임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깜빡 잊어버린 것. 창립 멤버 5명이 한명당 3백60만원에서 4백만원을 제때 받지 못했다. 4년이 지난 뒤에야 하 사장은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 직원들과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뜻하지 않은 돈을 받은 직원들은 그 돈의 일부로 팀 회식을 했다. '벤처 정신'이 무엇인지를 후배들과 밤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눴다. 하 사장은 이같은 아픈 기억 때문에 '헝그리 정신'을 늘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란 그저 배고픔을 참고 견디자는 게 아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어세스를 창립한 해인 97년은 벤처 붐이 일어나기 전이다. 그야말로 모험을 가슴에 안고 벤처기업에 뛰어든 그였다. 하 사장은 "직원들의 믿음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났다"며 "눈 뜨고 있을 때는 일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벤처기업론은 계속 이어진다. "벤처기업은 얄팍한 상술과 상도를 벗어난 돈벌이에 급급해서는 안되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기본을 따라야 한다"고. mkkim@hankyung.com ............................................................................. *알림=이번주부터 김문권 기자의 벤처열전을 매주 화요일자에 싣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벤처업계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다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