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문턱을 막 넘어선 지금 지구촌이라는 말이 전혀 생소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라고 할지라도 경제는 더욱 더 국제무역에 의존하고 고립화하고 폐쇄된 경제체제로는 어느 국가도 더 이상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국제 무역거래는 언어, 풍습, 거래관행, 법률제도 등의 상이한 환경에 있는 외국 기업간에 이루어지고 서로간의 신용 역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당 부분 거래가 행해지고 있다. 무역거래에서는 상품의 흐름에 대응해 돈의 흐름이 반대방향으로 유동하므로 필연적으로 무역대금의 결제문제가 제기된다. 수출자 측에서는 무역대금의 지급보장이 확실해야 수출을 하려고 할 것이고 수입자 측에서는 계약상품의 안전한 인도가 보장돼야 수입하려고 할 것이다. 양자간 이해관계의 조정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만 국제무역이 가능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무역대금의 결제방식은 신용장이나 DP, DA 등 추심 방식에 의한 것이 대종을 이루고 극히 예외적으로 소액거래에서 송금방식이 이용돼 왔다. 그러나 신용장을 이용할 경우 신용장을 개설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절차까지 복잡해 점점 이용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신용장에 의한 결제 방식이 전체 무역거래에서 금액 기준으로 약 75% 정도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그 비율이 30% 이하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신용장 대신 TT를 이용한 송금 방식에 의한 거래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송금 방식은 무역 당사자간에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서로간 매우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아니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위험한 거래 방식이다. 수출자가 무역대금을 송금받지 못하거나 수입자가 계약상품을 인도받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무역에 경험이 없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일수록 상대방의 신용상태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조금 귀찮더라도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을 매개로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용장 개설을 통해 은행은 수출자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서 무역대금의 지급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한편 수입자에 대해서도 계약상품의 인수를 일정 한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신용장은 은행의 개입을 통해 미지의 당사자간에 무역거래가 성사되도록 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신용장은 수출자와 수입자간 거래에서 동시 이행을 가능케 하므로 여전히 훌륭한 거래 방식이고 대금결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유중원 <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rjo12@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