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햇동안 바닥을 헤매던 국내 산업들이 올들어 한껏 기지재를 켜고 있다.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미국 테러충격,IT(정보기술) 거품 붕괴 등 지난해 한국경제를 짓누른 3대 악재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과 내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출도 이달에 바닥을 친 뒤 다음달엔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및 단체를 대상으로 실사한 올 업황 전망 조사결과를 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짙게 배어 있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반도체 정보통신 등 IT(정보기술) 산업은 올해 증가세로 돌아서 두자릿수 성장을 점치고 있다. 조선 가전 일반기계 등 전통적인 기반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작년 말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주춤했던 자동차 생산도 증가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대내외 여건 호전=우선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6%대로 예상되는 등 선진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이 점차 효과를 내고 있는 것.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미국의 경기 상승세가 확고하다고 진단하는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6월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현재 연 1.75%인 연방기금(FF) 금리가 연말엔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경제 회복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인 일본도 미약하나마 상황이 호전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은 지난 주 발표한 월례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제가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수출 하락세가 둔화되고 재고증가 압박도 약화되는 추세"라면서 20개월만에 처음으로 경제 평가를 상향시켰다. 대내적으론 월드컵 특수(特需)가 예상되고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는 것도 수출 회복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밋빛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러와의 장기 전쟁을 선포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세계경제가 또다시 출렁거릴 여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엔화 약세 현상은 국내 기업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국제유가도 지난해 말에 비해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새로운 근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올 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노사관계는 경제회복의 또다른 복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T산업 되살아난다=반도체와 정보통신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2.5기가급 통신기기에 대한 대체수요 증가 2백56메가D램으로의 PC 메모리 세대교체 등 호재가 겹쳐 지난해의 부진에서 탈출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현물가격 상승분이 수출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설비투자 축소와 감산 등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정보통신 부문에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IT 부문의 생산과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증가하고 내수와 수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해의 하락폭이 워낙 컸던 탓에 2000년 수준에는 도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자동차.조선은 호조 지속=자동차는 내수 및 해외 시장에서 중대형 승용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선전이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은 내수 증가와 수출 회복으로 지난해 3백4만대(2.4% 감소)에서 올해엔 3백15만대(3.7% 증가)로 확대될 전망. 내수도 특소세 인하와 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4.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도 외국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고가 차량 도입증가에 따라 급증(35.3%)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은 수주 전망이 불확실해졌지만 이미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덕에 생산과 수출이 각각 3.2%,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상구조물을 제외한 선박의 수출은 10.6%의 성장세가 점쳐진다. 일반기계는 올해 중반 이후 경기회복과 설비투자 증가로 내수가 7.7%,생산이 6.6%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가전은 지난해 수출이 7.2%나 줄었지만 올해엔 특소세 인하 효과와 월드컵 특수가 호재로 작용,생산(5.2%) 내수(9.5%) 수출(3.1%) 등이 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석유화학.화섬은 혼조=철강은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과 EU의 보복관세 부과 등 통상마찰과 과잉생산으로 인해 수출이 2.5% 뒷걸음질하고 생산도 작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역시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수출물량은 소폭 늘어나지만 수출금액은 작년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이 예상됐다. 다만 생산은 내수 증가(3.8%)에 힘입어 3.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보인 화섬은 생산(1.5%) 내수(0.5%) 수출(1.9%)이 소폭 증가하고 수입은 2.4% 감소할 전망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