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00660]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협상 타결여부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협상 자체에 회의적이던 월가의 전문가들은 최근 `타결' 쪽에 무게를 둔 전망을속속 내놓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협상타결을 낙관하던 국내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관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 월가, "협상 잘 될 것" = 미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이 `유일한 원매자'로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하이닉스를 사들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타결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반도체 전문가인 댄 나일스는 최근 양사간 빅딜이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놨다. 그는 마이크론 입장에서 ▲하이닉스 흡수로시장의 주요경쟁자를 제거하고 ▲D램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서며 ▲무엇보다도 협상가격을 후려쳐 새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는 훨씬 싼 가격에 설비를 인수할 수있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닉스로서는 ▲매각을 통해 수천명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마이크론이 제시한 매각대금이 채권단이 만족할만 수준이며 ▲37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은 협상타결에 따른 주가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마이크론의 본사가 위치한 아이다호주 신문 `아이다호 스테이츠먼(The Idaho Statesman)'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프로비지오의 수석연구원인 스태브 애커맨은 "마이크론이 메모리부문 투자외에 추가로 지나치게 많은 자금부담을 지지만 않는다면협상은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 놓인 회사의 설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해온마이크론의 전략은 변화가 없다"며 "하이닉스 인수는 2003년초 메모리시장이 회복될경우 엄청난 보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너제이 소재 가트너 데이터퀘스트 연구원인 딘 프리드만은 "(이번 협상에서)마이크론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셈("Micron is in the driver's seat")"이라며 "마이크론은 빚을 떠안을 수도 있지만 그냥 기다렸다가 하이닉스가 자동퇴출되도록 할 수도 있다"는 다소 오만한(?)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 국내 분위기는 "잘 안될 걸" = 그러나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정서는 미국 분위기와 상반돼있다. 핵심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차가 여전한데다 채권단 내부의갈등, 소액주주와 노조의 반발 등 수두룩한 난제로 오히려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UBS워버그 서울사무소의 조 더튼 애널리스트는 국내 협상소식통의 말을 인용, "주식 매각기간 제한과 매각대금의 에스크로우 계좌편입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협상타결이 매우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굳모닝증권의 박정준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결국 독자생존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이닉스 입장에서 "메모리부문 매각이 회사청산과 다름없이경쟁력을 완전히 잃는 것으로 보고 있고 마이크론이 지급하려는 가격 역시 영업경쟁력을 감안할 때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발표된 마이크론의 2.4회계분기 실적이 연 5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올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한 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경쟁력이 훨씬 우수하다"며 "그러나 협상조건에 이런점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아직까지 내부 의견을 수렴할 회의일정 조차 잡지 못하면서 반대기류가 서서히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협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사기를 올려놓고 있다"고 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20일 외환은행 본점앞 시위를 가진데 이어 28일 하이닉스 정기주총에서 `헐값매각' 반대의사를 적극 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