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지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리더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것은 조직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선 전세계적으로 기업 내 리더그룹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CEO의 역량과 역할수행에 따라 기업문화는 물론 재무적 성과까지 크게 변할 수있다는 점이 부각된 때문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에선 CEO의 역할을 '관계 관리(Relation-management)'라는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목표관리를 위해서는 리더에겐 전문적인 지식과 업무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구성원과의 관계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의 토대를 쌓는 일이다. 아무리 전문성이 높고 업무추진 능력이 뛰어난 CEO라 할지라도 부하들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탁월한 리더로 평가받을 수 없다.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도 서번트 리더의 철학과 행동이 상하간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독단적 영웅으로서의 전통적 리더와 서번트리더의 차이점은 우선 부하에 대한 리더의 생각 차이다. 서번트리더는 부하를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여겨 자신의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부하들에게 제공한다. 반면 전통적 리더는 부하를 많은 자원중 일부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서번트리더는 부하들의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부하들의 생각을 수용하는 '개방적 코치'인 동시에 지원자가 된다. 또 의견수렴을 위한 커뮤니티 형성을 강조한다. AT&T는 한때 1만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기업 사정으로 감축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인재입니다. 이들의 채용에 관심있는 기업은 연락 바랍니다'란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떠나는 자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회사의 배려와 노력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로버트 그린리프가 정립한 것이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으로의 여행'에 등장하는 주인공 레오의 행동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레오는 동방으로 떠나는 순례자들의 짐꾼으로 행동하면서 결국에는 모두가 동방여행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리더,서번트리더로 등장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에 관한 더욱 전문적인 연구는 현재 그린리프센터의 CEO로 재직하고 있는 래리 스피어스(Larry Spears)에 의해 이루어졌다 래리는 "서번트 리더는 선입견이 없는 경청, 커뮤니티 조성, 권한위임 등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리더"라고 규정한다. 서번트 리더에게는 무엇보다 자기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경쟁적인 조직구조에서 익혀온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버려야 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생각의 틀을 바꿔가야 하는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