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평균수명은 약 4세 정도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70세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기업은 영아사망률이 너무나 높은 셈이다. 왜 이렇게 기업들은 일찍 죽을까. 그것은 당연히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자금난 판매난 등 심각한 질병에 걸려 폐업을 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년 이상씩 업계에서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로서 위상을 지키는 기업들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그것이 가능할까.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업계에서 리딩컴퍼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딩컴퍼니가 되려면 남다른 혁신력(Innovation)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동안 기업의 강점은 자기자본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자체 혁신력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기업의 관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앞으로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보려면 우리 회사의 혁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의 혁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을 발표했다. 이 매뉴얼은 한마디로 '현재 우리 회사의 혁신점수는 몇점인가'를 판단하게 해주는 평가지표다. 일단 이 오슬로 매뉴얼을 근거로 한국의 기업에 알맞은 혁신평가점수표를 만들어봤다. 또 이 평가표엔 한국에서 경영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혁신전략도 평가기준에 넣어 10개 항목을 설정했다. 이 10개 항목의 점수가 4점이하인 기업은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7점이상인 기업 이라면 앞으로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질문은 우리 회사의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4% 이상인가다. 그동안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재표에 의존했지만 혁신시대에 접어들면서 R&D 투자비율이 매우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따라서 R&D 투자비율이 4% 이상인 기업은 1점을 받게 된다. 둘째는 '전략혁신부서'가 있는가 이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전략혁신부서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라인조직과 별도로 전략개발부서가 없는 기업은 도태한다. 특히 이 전략부서는 단지 기획안을 만들거나 건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능력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부서는 연간 2건 이상의 신규사업프로젝트를 수행했어야 한다. 이런 부서가 만들어져 있다면 다시 1점을 추가한다. 셋째 경쟁사의 신제품 신사업을 파악하고 있는가 이다. 이제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고선 결코 리딩컴퍼니가 될 수 없다. 경쟁상대의 주기적 동향보고 시스템, 경쟁사의 시장분석, 경쟁사의 약점과 강점분석, 잠재적 경쟁상대의 출현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고객의 소리(VOC)를 체계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하는가. 여기엔 클레임 컴플레인 분석 및 고객요구측정(CSI), 고객요구를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기법 등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 다섯째 미래 자금관리를 하느냐 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장기자금관리를 등한시한다. 그때가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금관리로는 리딩컴퍼니로 부상할 수 없다. 직접금융을 최대한 활용하는 장기적 자금운용대책을 항상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의 평가는 회사의 혁신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혁신능력 없이는 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경영자가 혁신력이 높을까. 혁신력이 높은 리딩 비즈니스맨은 다음 항목(여섯째~열째)에 해당된다. 여섯째 리딩 비즈니스맨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벤처시대에 접어들면서 조금 게을러도 뛰어난 아이디어만 개발해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풍토가 만연했다. 그러나 주변에 늦잠을 즐기던 사장들중 아직까지 리딩 컴퍼니를 운영하는 기업인은 거의 없어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의욕과 관련이 있다. 의욕이 솟아나면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밤늦게까지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다 늦잠자는 기술직 출신들이 우세를 보였지만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는 영업부문 출신들이 득세를 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일곱째 고정관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식을 갖춘 차분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을 상식을 깨는 기업인이 혁신력을 가졌다. 여덟째는 인재를 믿는 것이다. 이는 각 개인의 재능을 발견해내 일을 맡긴다는 뜻이다. 사이버시대엔 10대의 기계보다 한사람의 아이디어가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인재타령이다. 쓸만한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애걸한다. 하지만 진짜 리딩 비즈니스맨은 진흙에서 진주를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외부 스카우트에 눈을 돌리기보다 사내에서 일을 맡길 사람?잘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누구나 독특한 재능을 가졌다. 그 재능에 맞는 일을 시킬 줄 아는 사람이 기업인으로 성공한다. 아홉째는 얼마나 절약하고 점검하느냐 이다. 비즈니스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구두쇠 기질을 가졌다. 이익이 남지 않을 일에는 결코 돈을 쓰지 않는다. 때문에 남의 돈을 빌리면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틀림없이 갚는다. 잔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는 친구와는 사업을 함께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끼는 사람은 남의 돈도 아까운 줄 안다. 그래서 신용, 즉 크레디트가 높다. 신용이 낮은 사람과 가까이 하는 것은 리딩 비즈니스맨으로선 결격이다. 열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시대에도 새로 거래를 트려면 갖가지의 마케팅활동을 벌여야 한다. 기술만 앞서면 공공기관에 쉽게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환상이다. 바이어에게 물건을 팔거나 공공기관에 납품할 기회를 얻으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떤 끈이든 잡아야 한다. 한번 잡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쉽게 포기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허사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기기업의 혁신력을 평가해 보자. 이 평가점수가 4점 이하인 기업은 이미 늦었으니 스스로 문을 닫자. 5점에서 6점인 기업은 더욱 노력해서 리딩 컴퍼니로 올라서자. 7점 이상인 기업은 이제 국제무대에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의 리딩 컴퍼니로서 만족하지 말고 OECD 수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쓰자.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