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66)는 관계 학계를 두루 거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온건·현실론자로 알려져 있다. 박 총재 내정자는 한은 조사역으로 출발해 경제수석 건설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정부내 요직을 거친 바 있어 재정경제부 등 정부와의 거시경제정책 조율도 한결 부드러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강점이 물가안정을 책임져야 할 한은 총재로서는 핸디캡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내년 이후 차기 정권과의 관계 설정도 숙제로 남아 있다. ◇ 누구인가 =1936년 전북 김제 출신으로 이리공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미국 뉴욕주립대(올바니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1년 한은에 입행해 15년간 일한 뒤 중앙대 교수로 변신했다. 86년 금통위원에 이어 한국경제학회장도 지냈다. 88년 2월 6공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그해 말 건설부장관으로 임명돼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주도했으나 '분양가 자율화' 발언파문으로 8개월 만에 물러났다. 지난해 2월부터 공적자금관리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인 권영하 여사(64)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었으며 장남은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기획예산처 행정2팀장)다. 박 총재 내정자가 낙점된 데는 경제팀의 강력한 천거가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진 부총리, 전윤철 비서실장 등이 동향(전북)이고 진 부총리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진 부총리는 올 초부터 사석에서 박 교수를 총재감으로 내비치며 여론을 타진하기도 했다. 전철환 현 총재에게는 이리공업학교(6년제) 2년 선배이기도 하다. 전 총재는 재학 중 학제 개편으로 전주고로 진학했지만 지금도 동문모임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 전 총재가 98년 한은 총재가 됐을 때 박 교수로부터 '한은 총재학'을 들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박 총재 내정자는 △정부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채널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재 내정자 스스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당면 과제 =박 총재 내정자는 당장 경기과열 논란에 대해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입장이다. 과잉유동성으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비판도 많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달 4일 열리는 금통위에선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울 전망이지만 5월 금통위에서 색깔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현재 경기를 '회복 단계'로 보느냐,아니면 '과열 초기'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