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섬유시장은 아직도 매년 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바이오분야 못지 않은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휴비스의 조민호 사장은 "섬유산업은 성장산업"이라고 규정했다.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제품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차별화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게 그의 주장이다. 휴비스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범용제품에서는 적자를 냈지만 나머지 차별화 제품을 통해 전체 경상수지를 흑자로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생산하고 세계적으로도 공급사가 몇개 안되는 저융점사(LMF)의 경우 매출은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회사가 올린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났다. 휴비스는 이 때문에 올해 범용제품의 생산라인을 차별화제품 라인으로 개조하는데 주력, 1백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차별화제품의 비중을 오는 2005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신개념의 차별화소재 연구를 전담할 제2연구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5년내 국내 업체들의 범용제품은 완전히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비가 훨씬 저렴한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거세게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조가죽 극세사 등의 제품은 적어도 이들 국가에 비해 우리가 5년 이상 앞서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최근 섬유업계의 가장 뚜렷한 특징중 하나로 비의류용 시장의 급성장을 꼽았다. 자동차 내장재 및 가구 등으로 폴리에스터의 사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휴비스의 경우 단섬유 부문은 생산량의 60% 이상, 장섬유는 20% 정도가 비의류용에 투입될 정도다. 그는 "기술이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에 화섬산업의 경쟁력도 결국 기술에 달려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화섬업계는 여전히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5년후 폴리에스터의 국내 생산량은 1백30만t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조 사장은 "특정 기업의 인수 합병 등의 방식으로는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업계가 공동으로 부실기업의 생산설비를 인수해 폐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휴비스는 지난해 매출 9천4백90억원에 경상이익 2백6억원을 기록했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적자사업인 화섬부문을 떼어내 지난 2000년말 통합 분리된 후 1년만에 흑자로 바뀐 것. 조 사장은 "두 회사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한 결과 약 9백억원의 개선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시장지배력이 커진 것도 흑자전환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에 삼양사와 SK케미칼이 유럽시장에서 서로 가격을 깎아주는 경쟁을 했지만 합친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