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자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종업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게 마련이다. 신뢰경영 역시 똑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훌륭한 일터,강한 기업의 근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신뢰경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선 경영이론들을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의 원칙(1911년 출간)'은 공장 운용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이론이다. 종업원들의 기본적인 동작 작업 도구를 세분화시켜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요체. 당시는 대량생산이 시작되던 시대로 빠른 것이 곧 높은 생산성을 의미했다. 일터를 종업원의 인간관계로 파악한 것은 엘톤 메이요이다. 인간의 심리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는 가운데 메이요는 종업원이 일하는 환경에 따라 작업 능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를 계기로 종업원들에게 다양한 동기를 부여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화됐다. 그 후로 종업원의 직무동기 극대화 방법을 제시한 맥그리거의 'X이론 Y이론'이나 피터 드러커의 '전문경영인에 의한 체계적 목표관리' 등의 이론도 등장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기업내부의 신뢰적 토대가 뒷받침되고 나서 생산성 향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지는 못했다. 신뢰경영의 주창자인 로버트 레버링은 이렇게 주장한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오로지 대량생산-단순작업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낡은 이론이 됐다. 메이요의 동기부여는 신뢰의 토대가 없는 한 '조작된 착취'의 형태로 전락한다. 맥그리거의 Y이론도 신뢰의 배경이 있어야 하며 드러커의 전문경영인은 재무적 목표달성을 위해 어떤 일이든 소화할 수 있는 (허구의) 슈퍼맨같은 경영자이다" 레버링은 수십년 동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많은 기업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높은 내부 신뢰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신뢰를 △상하간 신뢰 △동료간 신뢰 △일터에 대한 신뢰 등 세가지 측면으로 세분화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상하간 신뢰가 돈독하며 동료들간에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자신의 업무나 회사에 대해 충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레버링은 신뢰를 높이는 일은 묘목에 물을 주듯이 정성을 들일 때 가능한 일이지 단순히 높은 임금을 제공하거나 긴 휴가를 허용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