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완연해지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다시 확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가 갖고 있던 의구심은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로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FRB에 따르면 산업 생산은 지난달 0.4%가 늘어나 1월의 0.2%에 이어 두 달 연속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5개월동안 7.5%나 감소했던 제조업 생산은 올 1월과 2월 각각 0.3%가 증가해 20여년만의 최악을 거뜬히 벗어났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0.2% 올랐으나 1년 전에 비하면 2.6%가 낮은 수준이며 기복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변동이없어 1년 전보다 겨우 0.5%가 오르는 데 그쳤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 정서지수가 2월의 90.7에서 이달에는 95로 높아진 것으로 잠정 집계돼 14개월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은 증가세로 돌아서고 물가는 지극히 안정된 가운데 미국의 경제 성장에 3분의 2를 기여하는 소비 심리도 회복되는 등 더 없이 좋은 그림이다. 이에 따라 올 1.4분기의 성장률은 최근 전문가들이 예상한 4%를 웃돌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 올 1월 0.2% 증가세를 보인 기업 재고도 이러한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재고를 빠른 속도로 정리하던 기업들이 다시 재고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기 회복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재고 부문에서만 1.4분기의 성장률을 3% 포인트는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고 증가는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왕성한 최종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경제의 활력이 다시 둔화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로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FRB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손성원 웰스 파고은행 부행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FRB가 오는 19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통해 왕성한 경기 회복 조짐과 장래의 불확실성 사이에서 조화를 취하는 정책 전환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불황에 대처하느라 11차례나 단기 금리를 연속 낮춰 40여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공격적인 정책을 편 FRB가 금리를 올리는 것은 두세달 뒤로 미루고 대신 1년여만에 처음으로 물가 압력과 경기 둔화의 위협이 균형을 취하고 있다는중립적 정책 기조를 금융시장에 전달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