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해 임원인사에서 `개국공신파'의대표주자 2명을 2선으로 후퇴시켜 신동빈(辛東彬) 부회장 체제로의 빠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당사자는 계열사 대표중 가장 고령이었던 장성원(張性元.72) 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과 김부곤(金富坤.68) 전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 오랜기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어온 이들은 이번에 러시아 현지법인 L&L대표이사와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으로 각각 자리를 옮기게 됐다. 장 사장은 지난 80∼92년 롯데쇼핑 사장을 지낸 뒤 호텔롯데로 옮겨 현재까지 22년간 사장 직함을 유지했고, 김 부사장도 지난 92년 롯데제과 부사장을 거쳐 95년부터 7년동안 롯데칠성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그동안 심격호(辛格浩)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때문에 최근 수년간 임원 인사때마다 설로만 나돌다 끝났던 이들의 교체가 이뤄지면서 업계 주변에서는 차기 총수가 될 신 부회장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가 점차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신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 1만3천여주, 롯데칠성음료 6천주를 각각매도하는 등 지분을 줄인 반면 신 부회장은 롯데제과 6천20주와 롯데칠성 2천400주를 각각 매입하는 등 지분을 늘린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또 다른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한수길(韓秀吉.61) 롯데제과 사장과 임승남(林勝男.64) 롯데건설 사장은 이번에 변화가 없었는데 각각 `자일리톨껌'과 `낙천대', `롯데캐슬' 등 히트작을 내며 경영 성과를 이뤘고 연령이 아주 높지 않아 현직을 일정기간 더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인사는 신 회장께서 직접 주도했다"며 "인사의 규모나 변동폭도 예년과 같은 수준이고 신 부회장이 간여하지 않은 만큼 2세 체제로의변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웅기자 woong@yn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