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1주기를 맞는다. `왕회장'이 평생 일군 거함 현대호(號)는 그가 작고하기 전부터 이른바 `왕자의난'으로 핵분열을 시작하더니 그가 타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2세들에 의해 소그룹으로 완전히 분리돼 각자 제 갈 길을 가면서 한국경제를 이끌거나, 또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를 도와 현대신화를 만들었던 이른바 가신(家臣)들도 대부분 경영일선에서 떠났다. ◇현대차그룹 `고공행진' 법통 이은 MK = 장남 정몽구(鄭夢九)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국내.외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매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카드.스포츠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카드(옛 다이너스카드)를 전격 인수, 숙원인 금융업에 진출한 데 이어 해태타이거스.로템(옛 한국철도차량)도 넘겨받아 지난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10개였던 계열사를 21개로 늘렸다. 자산규모도 46조원으로재계 4위에 올라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3개사는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00년보다 79.2% 늘어난 것으로 매출도 31조원에서 38조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2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조9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59.3%, 경상이익은 1조4천억원에서 2조5천억원으로 74.9% 증가,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또 `시장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대그룹 대북사업 및 계열사 지원 등을 단호히 거부한 덕분에 이들 3인방의 주가도 1년전에 비해 3-4배씩 뛰었으며 국제 신용등급도 한단계씩 올라갔다.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2010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것. 이를 위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공장과 다임러-미쓰비시와의 승용차 엔진공장, 중국.미국.유럽 현지공장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상승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뿐 아니라 세계적인 업체보다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품질.기술.디자인 능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MK도 현대가(家)의 상징인 계동사옥 본관을 대부분 사들이는 등 부친 작고 직후 그가 선언한대로 `현대'와 선친의 법통.정통성을 이어받고 전문경영인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재계의 평. 거듭된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굳히는 한편 아들이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장손인 의선(義宣)씨를 올해초 현대차 전무로 한단계 승진시킴으로써 경영승계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특히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아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유치한 선친과 동생 정몽준(鄭夢準) 축구협회장에 이어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모두 현대가가 따낸 `가풍'을 이어가느냐는 대외활동 능력도 시험받고 있다. ◇현대그룹 `공중분해', 재기 노리는 MH = 5남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이 맡았던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은 대부분 그의 손을 떠났거나 심각한 경영위기를 맡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 회장 등 대주주 지분이 완전감자 처리된 뒤 계열분리, 부채 출자전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 75% 가량을 채권단이 소유,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력갱생을 꾀하고 있고 하이닉스반도체도 정 회장과 계열사 등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포기, 현대그룹을 떠나 미국 마이크론과 막바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AIG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깨지면서 현대증권.현대투신증권.현대투신운용 등 현대 금융3사의 미래도 공중에 뜬 상태. 또 현대중공업까지 계열분리됨으로써 현대그룹은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지었지만 지분구조상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로 현대상선, 현대종합상사, 현대택배, 현대아산을 계열사로 거느린 총자산 7조원대, 재계 15위 안팎의 기업집단으로 축소됐다. 남은 계열사의 경우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를 받으며 준(準)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금강산사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자동차선을 해외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고 대북사업을 위해 출범한 현대아산도대북 지불금 현실화와 관광객 감소로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으로 현대상선 주식 505만주(4.9%)를 갖고 있는 MH는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 개최되는 현대상선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3월 `왕자의 난' 이후 사실상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정 회장으로서는 2년만에 대외활동을 공식 재개하는 셈.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현대상선의 경영복귀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 81년 이 회사 사장에 취임, 98년까지 17년간 경영을 맡았던 그가 이사로 복귀한 뒤 장기적으로는 경영일선에 다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비상(飛翔) 시도', 대권 노리는 MJ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달말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를 승인해 현대중공업 그룹이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되면서 현대가 그룹 분열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대중공업 그룹에 포함된 계열사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현대미포조선,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5개사이며 자산규모는 총 10조8천억원으로 재계 서열 10위 안팎. 특히 현대중공업이 지난 99년부터 5년간 계약으로 위탁경영하고 있는 삼호중공업(자산규모 1조3천억원)까지 인수하게 되면 10위권내로 진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조4천42억원의 매출과 5천32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현대석유화학, 고려산업개발 등 계열사 투자자산에 대한 손실 때문에 7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계열사로 인한 부실 요인과 위험부담을 모두 털고 새 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 지분 11%를 소유하고 있는 6남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은 대선 후보로 자천타천 오르내리며 선친에 이어 대권에 또다시 도전할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