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나쁜 상사(上司)를 양산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수록 나쁜 상사가 늘어나 기업에 새로운 비용을 부담시킨다고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상사 자가진단법도 소개했다. 나쁜 상사가 많아지는 것은 기업들이 비용삭감을 위해 간부수를 줄이면서 부서장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나쁜 상사의 특징으로는 △거짓말을 하고 △자기 의견을 고집하며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고 △부하직원을 희생양으로 만들며 △공개적으로 부하직원을 꾸짖고 △결단력이 없어 수시로 마음을 바꾸며 △힘든 상황에 처한 부하직원을 돌볼 만큼 강하지 않은 점 등이 꼽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조직심리학과의 하베이 혼스타인 교수는 나쁜 상사를 △폭군형 △부하직원 불신형 △자신만을 챙기는 출세지향형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나쁜 상사 다루는 법 3가지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상사에게 직접 고충을 털어놓으라고 권고한다.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타부서의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게 두번째 제안이다. 마지막으로 인사부서 등을 통해 나쁜 상사가 재교육을 받도록 유도하라고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쁜 상사가 발생시키는 추가 비용으로 고급두뇌의 유출과 사내 범죄증가를 꼽았다. 미국의 인력컨설팅회사인 서플그룹은 최근 2천명의 종업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무능한 경영이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첫번째 이유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회사를 등지는 게 아니라 상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또 나쁜 상사에 악의를 품은 부하직원들이 회사물품에 대한 절도행위를 하면서도 죄의식을 갖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스타인 교수는 사내 절도로 인한 기업의 비용부담이 연간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업들도 나쁜 상사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인력컨설팅회사인 SHL그룹은 "부서장들을 교육시켜달라는 신청이 최근 5년간 두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나쁜 상사를 줄이기 위해 부하직원이 상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