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2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반도체 등 물 수요가 많은 대만 첨단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따라 지난해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있는 대만 경제에 가뭄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만 경제의 성장엔진인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 등 3백여개 첨단기업들이 몰려있는 신주(新竹)과학산업단지. 이 단지가 위치한 신주시의 강우량은 작년 11월 이후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따라 단지로 공급되는 용수도 하루기준으로 10% 가량 줄어든 상태다. 인베스코타이완의 펀드매니저 로이드 차이는 "4월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몇몇 회사들은 감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용 LCD스크린을 만드는 AU옵트로닉스는 "필요한 모든 물을 길어올 만큼 충분한 트럭이 있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불평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외부 주문생산)업체인 UMC의 존 수안 부회장은 "가뭄이 계속되면 대만 전국토에서의 물 공급을 조절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우 시쿤 행정원장은 "공장 가동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공군에 인공강우 실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신주단지 인근 농토 1만4천㏊에서의 농작물 경작이 이달 초부터 금지된 것도 산업용수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HSBC자산관리의 대만 애널리스트인 앨버트 킹은 "실리콘밸리의 많은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대만의 TSMC와 U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며 "대만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