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회계연도에 2조9천억원의 이익을 냈다. 사상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소니 모토로라 등 세계적 경쟁업체들이 불경기의 여파로 대규모 적자나 수익급감에 시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3년연속 조단위 기록에 이어 올해는 이익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수 기업이 제품을 개발할 때 파트너로 참여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대항해 보려는 취지다.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전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시리즈로 점검한다. ----------------------------------------------------------------- 이달초 한 일본 언론사의 서울지국장은 삼성전자의 CEO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가 적자를 냈는데 어떻게 흑자를 냈느냐"고 부러워하며 "일본업체를 인수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 홈네트워크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골라 제휴를 맺었다. 소니 필립스 등 세계적 전자업체들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빌 게이츠 회장은 "제품이나 사업이 다양하고 강한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제휴선을 잘 고른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삼성전자의 세계 1위 품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D램, S램, LCD, 모니터 등 4개 주요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지난해 1조2천억원의 이익을 올리면서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VCR, DVD플레이어도 세계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포브스지는 2001년 세계 5백대 기업 순위 발표에서 지난 1999년 1백11위, 2000년 94위였던 삼성전자를 70위에 올려놓았다. 위상도 세계적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출시한 게임기 X박스를 디자인할때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트너가 됐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 인텔의 CPU 펜티엄4, 노키아의 PDA형 휴대전화 커뮤니케이터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도 빠지지 않고 초대됐다. 최근 열린 세계가전회의(CES 2002) 국제반도체학회(ISSCC) 등 세계적인 행사에는 진대제 사장과 황창규 사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각각 기조연설자로 초빙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부터 가전까지 고루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요즘 세계적 주목을 모으는 이유중 하나다. PDA 겸용 휴대전화인 '스마트폰'이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지로부터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유명 컨설팅업체의 대표는 "삼성전자는 대규모 이익을 내면서 인재들이 몰리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다시 이익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앞길에는 적지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다른 경쟁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칠수 있는 미래의 수익원을 발굴해 내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