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환 명화금속 사장(66)은 지난 50년간 오직 나사만 만들어왔다. 한가지 품목으로 5년을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무려 반세기를 단일 아이템으로 견뎌왔다는 건 수수께끼중 수수께끼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는 뜻밖에도 쉽게 풀린다. 그는 처음엔 건축용 나사를 생산했다. 그 다음엔 자전거용 나사를 만들었다. 환경이 바뀌자 이번엔 자동차용 나사를 만들었고 또 컴퓨터용 나사를 개발해냈다. 현재는 항공기용 나사까지 만든다. 누구라도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명화금속 공장안에 들어가서 첫번째 놓여있는 나사생산기계를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이 자그마한 기계가 1분에 7백개의 직결나사를 쏟아낸다. 1초당 10개 이상의 나사가 쏟아지는 셈이다. 선진국 나사생산기보다 분당 5백개를 더 산출해낸다고 한다. 이 기계는 임 사장이 직접 개발한 것이다. 이 '직결나사 전용생산기' 외에도 임 사장은 지난 50년간 나사기계분야에서만 1백56개의 특허를 개발,획득했다. 그래서 임 사장을 두고 흔히 '나사박사'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가 나사박사로 성공하기까지의 역정은 기막힌 드라마다. 1952년 중학교 1학년이던 그는 서울 영등포 상의용사회관 뒤에 있는 고주파라는 엔진공장에 취업했다. 집안이 가난했던 그는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간 각종 나사를 만들며 살았다. 일본사람이 경영했던 이 회사는 기계분야에서 높은 기술수준을 갖추고 있었으나 1백여명의 종업원 가운데 학교를 다니는 사람은 임 사장 뿐이었다. 그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2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잠잘 틈이 없었다. 이때부터 잠을 4시간 이하로 자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하루 4시간 이상 잔적이 한번도 없다고 얘기한다. 그는 요즘도 잠을 자다가도 꿈에 독특한 나사를 개발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메모하고 도면을 그린다. 이처럼 그의 머릿속은 항상 제품개발에 쏠려있다. 얼마전 임 사장은 안산에 있는 저수지에 낚시를 하러가서 낚시찌를 보다가 갑자기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낚시찌처럼 쉽게 박히면서 절대 빠지지 않는 그런 나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난 것이다. 그는 당장 낚시도구를 접어들고 공장으로 향했다. 이 아이디어를 기초로 그는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물체를 나사 하나로 고정시킬 수 있는 나사를 개발해냈다. 50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개발해낸 '블라인드 리벳'이란 이 나사는 현재 시화공장에서 연간 4억개씩 생산되고 있다. 이 제품은 성능과 정교성이 뛰어나 독일의 에조트,영국의 에코파스트 등으로부터 주문이 계속 밀려오는 중이다. 또 중국에서 건축붐이 일어나면서 건축용 나사에 대한 주문도 쇄도해 이 회사 2천8백평 규모의 공장은 하루 24시간 나사를 쏟아내는 소리로 가득하다. (031)498-8890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