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규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처럼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U의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6일(이하 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국제시장이 멋대로 할 수 있는 `서부'가 아니다"라면서 EU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계속 룰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라미 위원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결정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곧 소집돼 이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미의 발언은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맞서 즉각 보복을 가하라는 EU 철강업계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다. 라미 위원은 부시 행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국내 정치게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합의 등에 의거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위반이라고 확정 판결함으로써 EU가 미국에 무역보복을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미국의 해외판매법인 면세법과 관련해 "이것을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해외판매법인 면세법으로 인해 연간 40억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은 EU의 피해액이 이에 크게 못미친다고 반박하고 있다. WTO는 현재 EU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철강 규제를 발표함에 따라 EU와 아시아의 철강 재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지난 20년 사이 최저 수준인 철강 가격을 인상하려던 유럽 철강업계가 더 타격받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철강 메이커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러와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코러스 및 독일의 티센크루프 등은 내달부터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었다. 유럽 3위 철강 메이커인 코러스의 토니 페더 최고경영자는 6일 경제정보 전문서비스인 블룸버그 회견에서 "EU 지도부가 미국에 밀려서는 안된다"면서 "지금 당장(보복)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EU가 맞보복 보다는 미국이 보복관세를 낮추거나 아니면 EU로부터 다른 제품을 더 수입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라미 위원이 즉각 대응을 자제한다는 발언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이들 전문가는 지적했다. UBS 워버그의 마이클 실라커 연구원은 "(유럽 철강)업계가 (미 조치와 관련한)구체적인 수치 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게된 유럽과 아시아 철강회사들의 주가가 6일 하락했다. 아르셀러의 경우 이날도 주가가 3.9% 하락해 이틀째 내림세를 보였으며 역내의 다른 철강 메이커와 아시아 업체들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브뤼셀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