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당사국들의 반발은 강력하고 즉각적이다. WTO 제소라는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막바로 보복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 보호주의 확산및 무역전쟁 위기 =EU 집행위원회는 6일 "미국의 철강수입규제 여파로 EU지역의 철강수입이 늘어나면 미국처럼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철강수출이 어려워진 다른 철강수출국들이 미국 대신 EU쪽으로 철강을 밀어낼 경우 EU도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이거나 쿼터제를 실시할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또 40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U는 이와관련 "이미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등 철강 생산국가들과 수입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조치에 대응하는 방안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관세부과 발표 직후 "이번 조치는 WTO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즉각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같은 입장이다. 중국의 대외무역경제합작부는 6일 성명을 통해 WTO에 미국을 제소할 뜻을 밝혔다. 또 중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철강산업 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과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WTO에 미국을 제소하거나 곧바로 미국상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는 강경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3일 철강관세 부과에 대응키 위해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가금류 수입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 미국 조치의 의미 =자유무역을 주창해온 부시 대통령이 국내외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초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정치적 요인이 강하다. 오는 2004년의 재선과 올가을의 중간선거(상하원 선거)를 감안, 철강업계의 요구를 수용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또 미국 무역정책의 방향이 '대외시장 개방 확대'에서 '국내시장 보호'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15년간 자동차 농산물분야 등에서 외국시장의 개방을 확대하는 것에 무역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고 쿼터제를 실시했다. 이때문에 미국정부는 교역상대국에 대해 시장개방을 확대하라고 요구할수 있는 명분이 약해졌다. 이정훈.신동열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