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돼 오는 17일까지 계속되는 2002 제네바 모터쇼는 21세기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 화두가된 `크로스오버(Cross-over)' 경향을 또 한번 보여주는 행사였다. 올해로 72회째를 맞은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는 전세계 30개국에서 250여개 업체가 참가, 컨셉트카보다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될 양산차들을 주로 전시했다. 또 유럽 대륙에서 열리는 행사인만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보다는 BMW, 벤츠, 볼보,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한 신차들이 선보였다. 특히 젊은층을 공략한 중소형 CDV(승용타입 미니밴)와 보다 고급화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이 대거 출품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일고있는 MPV(다목적 차량) 열풍을 실감케했다. ◇ 중소형.고급 MPV 봇물 =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타고, 보고, 즐기고, 쉬는'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하는 MPV들이 이번 모터쇼의 가장 큰 주류를 이뤘다. 특히 보다 실용적이면서도 고급화된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 차체는 더욱 줄여 민첩함을 살리면서 동시에 기능성은 높인 신차들이 대거 등장했다. 포드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데뷔한 소형 MPV `퓨전(Fusion)'을 이번에 처음 양산 모델로 내놨다. `퓨전'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소형차와SUV, 미니밴의 장점을 결합한 이 차량은 포드가 `UAV(Urban Activity Vehicle)'라는새로운 개념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첫 모델. 벤츠는 A 클라스를 베이스로 한 소형 미니밴 `바네오'를, GM 계열의 오펠은 소형 상용차 `콤보'를, 푸조는 왜건과 미니밴을 섞어놓은 복합형 `307 SW'를 각각 선보였다. 컨셉트카로는 오펠의 소형 미니밴 `컨셉트M', 폴크스바겐의 `골프 미니밴', 도요타가 새롭게 내놓은 중소형 SUV인 `UUV(Urban Utility Vehicle)' 등이 눈길을 모았다. 중대형 SUV의 경우는 보다 고급화된 경향을 엿볼 수 있었다. 볼보는 이 회사 최초의 고급 SUV인 `XC-90'을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이어 이번에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급 중대형 SUV의 대명사격인 랜드로버는 전통적인 로버 디자인에 기술력을 한층 높인 '레인지로버'를 31년만에 풀모델 체인지로 선보였다. 또렉서스는 신형 고급 SUV인 'GX470'를, 캐딜락은 지난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선보인 `비존(VIZON)'의 양산모델 `SRX'를, 크라이슬러는 왜건의 형태를 가미한 `파시피카' 등을 각각 내놨다. 디젤 승용차량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가솔린 대신 디젤과 천연가스 등의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또하나의 특징이었다. ◇ 고급화되는 대형 세단들 = 실용성과 다양성을 내세운 크고 작은 MPV들에 맞서 세단의 경우 고급화, 첨단화를 무기로 기존의 아성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독일의 양대 라이벌인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각각의 전시 부스에 신형고급 세단을 동시에 전시, 이번 모터쇼에서 양사의 경쟁을 한층 흥미롭게 했다. BMW는 최근 국내에서도 출시를 앞두고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735Li, 745Li 등 `뉴 7시리즈'를 공개했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모델들은 크기와 엔진 성능이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동시에 차량내 인터넷 접속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 이에 맞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존의 E클래스, S클래스 등에 이어 또하나의 최상급 럭셔리 세단 브랜드인 `메이바흐(Maybach)'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관람객들의이목을 집중시켰다. 길이 5천500mm, 폭 1천950mm, 높이 1천550mm에 이르며 15.0 V형12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 550 마력의 힘을 자랑한다. 이밖에 벤츠의 S클래스를 겨냥한 재규어의 `T-타입', 오는 5월부터 시판에 들어가는 폴크스바겐의 `페이튼', 풀모델 체인지로 선보이는 아우디의 `A8' 및 란치아 `테시스' 신차 등도 관심을 끌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윤영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