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 회복의 신호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 테러사태로 크게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상승했고, 부동산시장 과열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정부와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선다고 예측한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3%를 다소 밑돌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4% 성장이 별 것 아니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미국의 경기회복을 살펴보자. 한국 경제의 회복은 미국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는데 미국에서는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론과 신중론이 대립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에 고무돼 있으나 신중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대표적 낙관론자는 아무래도 경기회복의 임무를 맡은 부시 행정부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도 수장인 폴 오닐 재무장관이다. 오닐 장관은 올해 미국 경제가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도매체를 통해 이런 뉴스를 들은 많은 사람들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3∼4%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백악관의 글렌 허버드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미국 경제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0.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재무장관과 매년 '대통령의 경제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경제자문회의 의장의 경제전망치가 서로 다르다니 두 사람간에 의견 충돌이라도 있단 말인가. 두 사람 모두 미국 경제가 이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의견 충돌이 있을리 없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무장관은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연율)을 말하고 있고,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전년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순환과정에서 저점이나 고점을 통과할 때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과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간 격차가 있게 된다. 세계 주요 투자기관들은 미국 경제가 2.4분기 이후 전 분기에 비해 연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작년 4.4분기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는 것. 그러나 저점 통과 후 올해 전체의 GDP(국내총생산)를 저점 통과 이전 작년 전체의 GDP와 비교해 보면 0.6∼1.1% 밖에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미국경제 성장률이 1% 수준이므로 경기가 회복되었는데도 성장률이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경기가 더욱 빠르게 회복되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의 0.7% 성장을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 이제 앞서 제기한 질문에 답해 보자.우리 경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회복된다면 그 저점은 작년 4.4분기 무렵이 된다. 우리나라는 계절변동의 불규칙성 때문에 전기 대비 성장률보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을 사용한다. 미국은 전년동기 대비로 올해 0.7%만이라도 성장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 나라가 작년보다 1% 포인트나 높게 성장한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올해 미국 경제가 3% 이상 성장한다는 오닐 장관의 발언을 전년동기대비로도 3% 이상 성장한다고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경기회복의 착시현상으로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에 거품이 생긴다면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wapark@hongi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