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은행들보다 개도국인 한국의 은행들이 싼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은 국제 금융계에선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한국이 일본과의 밀접한 연결고리에도 불구, 차별화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일본은 '3월 위기설'로 시달리는 반면 한국은 연내 'A' 등급 복귀를 기대하고 있어 금리역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이미 1~2년전에 홍역을 치렀던 과도한 부실채권, 예금 부분보장제 등이 일본에선 이제서야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에 관한 한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란 지적이다. ◇ 일부 금리는 이미 역전 =전반적인 차입금리는 아직 일본이 한국보다 싸다. 그러나 신용도나 유동성에 민감한 일부 차입금리에선 역전현상이 뚜렷하다. 하루짜리 콜(달러) 금리는 국내 은행이 일본 은행보다 0.125%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국내 외화자금시장이 일본보다 소규모이고 거래가 편중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도국이 선진국을 앞지른 일대 사건이다. 장기 자본시장에서도 지난해말부터 금리역전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신용파생상품인 5년만기 CDS(신용파산스와프)의 가산금리를 비교하면 산업은행이 신용등급이 3계단 높은 도쿄미쓰비시은행보다 0.3%포인트 낮다. 최근 국내 은행의 3개월짜리 외화 차입금리도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붙는 가산금리가 0.2∼0.4%인 반면 일본의 비우량은행들은 0.6∼0.7%로 높아져 부분적으론 역전된 상태다. ◇ 은행 신용등급도 역전될 듯 =국내 대표격인 국민·신한은행(BBB-)과 일본의 주요 은행들(BBB)간의 신용등급은 불과 한계단 차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2∼3계단씩 오른 반면 일본 은행들은 6∼7계단씩 추락한 결과다. 특히 무디스와 S&P는 국내 은행들의 신용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평가한 반면 일본 은행들에는 '부정적(Negative)'이란 꼬리표를 붙여 놓았다. 앞으로도 국내은행은 신용등급이 '위로', 일본 은행은 '아래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현재 등급보다 미래 차입금 상환시점의 위험도가 더 중요하므로 신용전망에 의해 자금조달 코스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은 한국이 앞섰다 =일본 은행들의 신용도 하락은 △부실자산 △은행 보유주식 시가평가 △4월부터 예금부분보장제에 따른 예금 인출사태 우려 때문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일본의 금융 부실채권은 공식발표로는 지난해 9월말 35조7천억엔이지만 외국계 기관들은 1백50조엔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디스가 평가하는 은행 건전성도 최하위권인 'E'등급으로 국내 은행(D)보다 낮다. 또 80년대 중반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져 일본 은행들의 보유주식에 대한 충당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백50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퇴출, 부실해소 등 금융개혁을 추진해 왔다. 주가상승과 견조한 경제성장으로 펀더멘털도 일본보다 훨씬 낫다. 금융개혁에 대해선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할 상황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