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던 경기하락은 예상보다 짧았고 침체의 골도 깊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IT산업의 불황과 세계경기 침체로 촉발된 경기불황은 사실상 1년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주가와 부동산은 실물경기 회복을 선도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는 '수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경기활성화 정책은 고수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경기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할 정도다. ◇ 짧고 약했던 경기하락 =2000년 8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경기는 꼭 1년 만인 지난해 8월 저점을 찍었다. 지난 80년 이후 발생한 다섯번의 경기불황 중 골(저점 98.0)이 가장 얕았고 침체기간도 가장 짧았던 3차불황(92년 1월∼93년 1월)과 비슷했다. 산업생산 제조업가동률 출하량 노동투입량 등 10가지 지표를 따져 계산하는 순환변동치(100 기준)는 지난 2000년 8월 103.3을 정점으로 지난해 8월에는 98.0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오르는 추세다. 순환변동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경기가 종전보다 나빠진다는 의미고, 반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 경기조절 성격이 강했던 불황 =이번 경기침체는 IT부문의 급성장에 따른 과잉설비투자를 해소하기 위한 경기조절 성격이 컸다. 인터넷과 벤처캐피털로 성장한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가 10년 호황을 마감하면서 경기침체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한진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90년대 말 설비투자중 IT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했다"며 "IT쪽에 이루어졌던 설비투자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경기침체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 미국 경기도 동반 상승중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에 있었던 의회 연설에서 "미국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반환점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여차례에 걸친 공격적 금리인하와 기업 재고조정으로 미국의 경기불황은 사실상 끝났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불황도 최근 30∼40년의 경기사이클중 가장 짧고 침체의 골도 얕은 불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린스펀의 말대로 미국경제가 올해 2.5∼3% 성장한다면 한국의 수출도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불안 요인도 있다 =앞으로 국내경기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회복세, 견조한 내수, 반도체 국제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올해는 정치의 해로 노동계 등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커지고 연말에는 물가마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이나 돌발적인 집단행동이 터져나올 경우 경기가 의외의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금융위기, 엔화약세 가능성, 테러전쟁의 확산 우려, 무역마찰 등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