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브라운관 업체인 삼성SDI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6시그마 챔피언의 날'을 연다. 김순택 사장을 포함해 서울 수원 부산 천안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50여명의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6시그마의 목표를 점검하고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날이다. 참석자는 '챔피언의 복장'을 반드시 입어야 하고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계속된다. 한 임원은 "언제 무슨 질문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끝나는 시각도 일정치 않아 행사 전날이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삼성SDI는 1996년 10월 국내 최초로 6시그마를 도입한 회사다. PI(Process Innovation) 활동을 도입한 것이 계기였다. 기존의 업무 방식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가, 가치있는 활동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모든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하자는 것이 PI의 골자다. 이후 보다 근본적으로 프로세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 6시그마다. 먼저 6시그마를 정착시킨 GE와 모토로라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3백10만달러를 과감히 투자해 관련 컨설팅 업체의 진단을 받아 시작했다. 챔피언의 날은 6시그마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면 임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0년 5월 시작됐다. 임원들의 활동 성과를 사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톱 다운 방식의 일환이다. 임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2천4백건의 6시그마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천5백억원의 재무성과를 거뒀다. 삼성SDI가 6시그마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비용 절감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는 브라운관 사업의 성격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이 시장은 매출 증대보다 비용 절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게다가 브라운관 전문 생산업체로 대부분의 생산라인이 유사해 6시그마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이 회사가 6시그마를 중시하는 이유다. 국내 2개와 해외 6개 지역에 있는 총 30개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한 라인에서 개선효과를 거둔 프로젝트를 전세계 라인에서 확대 실행하는데 무리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사업장에 1백4건의 프로젝트를 전파해 1백13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올해는 4천6백건의 프로젝트를 통해 최소 3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다는게 목표다. 목표를 대폭 올려잡은 이유는 생산뿐 아니라 재무와 인사를 포함한 관리부문에까지 이 활동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제품 수주에서 출하까지 5일 이상 걸리던 물류부문에서도 6시그마 기법을 도입, 영업 생산 자재입고를 재설계해 3일로 기간을 단축한 선례가 있다. 이 회사는 전사에 6시그마 중심의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천군만마(千軍萬馬)라는 이름의 인력육성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2005년까지 1천명의 BB(블랙 벨트), 1만명의 GB(그린벨트)를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BB는 전사원의 5%, GB는 50%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6시그마 아카데미라는 양성기관을 사내에 설치했고 사이버GB 과정을 홈페이지에 설치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