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업종의 제품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등 실물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 조짐을 보이자 주요 대기업들이 매출목표와 투자를 늘리는 등 공격경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기업들은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상승을 확신 하지 못해 여전히 `내실경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영여건이 호전될 기미가 뚜렷해지자 삼성전자[05930]가 반도체와 TFT-LCD의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조기에 나서는 등 기업들이 조심스럽게 투자나 매출.이익목표 등을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종별 경기 본격 상승조짐=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의 경우 올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작년 12월부터 대형 PC업체 등 주요 거래선에 대한 D램 공급가를 6차례나 계속 인상, 현재 1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가격이 개당 4.5달러 안팎에 달해 최저였던 작년 11월의 1달러 안팎에 비해 4배 이상으로 올랐다. 반도체업계는 최근 D램 공급가를 또 한차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인상에 성공할 경우 가격이 개당 5달러를 돌파할 전망이어서 반도체업계의 수익성이대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제품도 SM(스티렌 모노머), PX(파라자일렌), PVC(폴리염화비닐) 등 일부 제품의 경우 폭등세에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내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SM 수출가격은 27일 하루만에 t당 40달러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며 510 달러로 올랐고 PX 장기거래 가격은 지난 1월에는 t 당 320-330 달러 선이었으나 2월에는 335-345 달러 선으로 높아졌다. PVC도 지난 1월 평균가격이 t당 435달러였으나 2월 중반 485달러까지 올라갔고최근에는 500-51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PVC 원료인 EDC도 지난 1월 t당 155달러 선에서 최근에는 21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철강 제품 가격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INI스틸·동국제강 등 전기로 업체들은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최근 내수용 철근 가격을 t당 2만원 가량 일제히 인상했으며, 포항제철도 주력 수출 제품의 가격을t당 20~30달러 올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겨울 비수기에도 건설경기가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품원료인 고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철근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은 주력 제품인 열연코일과 후판 수출가격을 t당 20~30달러 올렸으며 2.4분기중에는 내수시장에서도 가격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아직 뚜렷한 회복조짐은 없으나 상반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과함께 조선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선박발주 문의가 늘고 있고 대우조선이 다음달 4척의 LNG(액화천연가스)선박을 신규로 수주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부진했던 국내 업체들의 선박수주도 다음달부터 차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공격경영 채비=삼성전자는 올해 매출목표를 작년의 32조3천800억원에 비해 줄어든 31조4천억원으로 잡았으나 목표치가 환율을 1천150원으로 잡고 산정한 것이어서 실제 환율을 감안해 산정하면 작년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또 당초 3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설비투자액도 최근 3조2천억원으로늘렸으며 앞으로 경기상황을 봐가며 투자액을 조정할 방침이어서 단계적으로 투자가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하듯 충남 천안공장의 TFT-LCD 5세대 라인 건설을 위해 내년 2월까지 7천500억원을 투자하고 경기 기흥공장의 차세대 반도체생산을 위한 라인업그레이드 투자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브라운관 사업을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달까지 매출이 작년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등 영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5천100억원으로책정한 설비투자액 등 경영목표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유화업계의 경우 유화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일부 기업들이 연초 설정한 사업목표의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LG화학은 연초 4천150억원으로 잡았던 올영입이익 목표를 최소 10% 이상 상향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중국의 PVC, ABS 공장의 증설 등 올해 3천900억원으로 책정한 시설투자비를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할 방침이다. SK의 경우 내실위주의 경영방침 아래 올해 매출 55조원, 투자 4조3천억원의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경기호전 추세를 지켜보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중국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EF소나타 공장 설립계획을 확정했고 미국에도 앨라배마와 켄터키주 2곳중 한곳을 3월중에 확정해 공장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항제철은 올해 신규설비에 대한 투자는 없이 기존 설비의 업그레이드를 통한최첨단화를 위해 2조1천억원의 투자비를 책정해 놓고 있으나 철강경기 회복으로 경영목표 조정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