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경기가 화창한 봄을 맞고 있다. 경기지표들도 일제히 '상승 가도'를 달린다. 잠재성장률(5~6%) 수준의 경제성장이 상반기 중에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 발표된 '2002년 1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부문이 호조세임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때맞춰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올릴 계획이라는 희소식도 날아든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던 기업들도 확대경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주가는 연일 뜀박질이다. '지금만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두자리 생산증가율 =생산.출하가 늘고 재고는 감소했다. 경기회복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정배열이다. 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2% 증가했다. 2000년 10월 11.7% 이후 1년3개월만의 두자리 수다. 자동차 생산이 31.2%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음향통신기기(32.5%) 기계장비(16.2%) 사무회계용기계(18.6%) 화학제품(10.4%) 등의 생산량이 증가했다. 출하는 13.6% 증가했다. 2000년 9월 15.3% 이후 16개월만의 일이다. 수출용은 5.5%에 그쳤지만 내수용은 20.9%에 달했다. 지난해 침체일로를 걸었던 반도체가 11.5% 늘어나 효자품목이 됐고 자동차(29.1%) 음향통신기기(29.2%) 사무용기계(13.9%) 1차금속(15.8%) 화학제품(10.0%)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재고는 5.4% 감소했다. 한 때 1백%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던 반도체 재고가 이제는 26.3% 감소로 돌아섰다. 재고율은 72.2%로 전달보다 7.2%포인트 축소됐고 제조업체 평균가동률은 2000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76.4%를 기록했다. ◇ 소비와 투자도 회복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도소매판매액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3% 늘었다. 작년 1월엔 설연휴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7.3% 증가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내수용소비재 출하가 16.9% 증가한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설비투자도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자료를 늦게 입수하는 바람에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없었지만 "전달과 비슷한 수준(5∼6%)으로 증가한 건 분명하다"(이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는 설명이다. 국내 기계수주는 무려 27.9% 증가했고 설비용기계 내수출하는 33.4% 많아졌다. ◇ 불규칙 요인이 변수 =1월 지표들은 통계상 불규칙 요인들 때문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작년 1월엔 설연휴가 있었지만 올해엔 없었다. 조업일수에서 3일이나 차이가 난다. 가만히 놔둬도 3일치 만큼 지표는 좋아진다. 작년 12월에 자동차업계가 연대파업을 벌인 것도 통계왜곡 요인이다. 파업기간에 못했던 생산 출하 등이 1월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면 생산증가율은 8.8%로 떨어진다. 여기에다 설연휴 요인을 감안하면 5∼6%로 낮아진다. 이 정도면 전달 증가율 5.1%와 비슷하다. ◇ 경기종합지수도 회복국면 =현재의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1.0포인트 높아진 99.2를 기록했다. 작년 8월 0.3포인트 감소한 이후 근 5개월째 상승세다. 작년 12월에 0.7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자동차 파업 때문이고 실제로는 상승했다. 통계 작성자들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이상 상승하면 경기회복기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추세가 1∼3개월정도 더 유지된다면 작년 8월을 경기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1년후를 내다보는 선행종합지수도 작년에 비해 5.7% 높아져 7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