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포항제철의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 1천2백∼1천2백50도로 달군 길이 10m,두께 2백50∼3백㎜의 시뻘건 슬래브(직사각형의 판재류 재료)가 5백40m 길이의 열간압연롤러를 통과하고 있었다. 압연롤러를 빠져나오자 슬래브는 두께가 1.2∼25㎜로 얇아지면서 길이가 무려 1.4㎞로 늘어났다. 늘리고 편 강판은 곧바로 두루말이 휴지처럼 똘똘 말려 최종 제품인 핫코일 1롤로 탄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2열연공장에서는 연간 4백50만t의 핫코일이 생산되고 있다. 최근 이 공장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공장책임자인 민경준 공장장은 "지난해 4·4분기까지 핫코일 경기는 20년래 최악이었지만 올들어선 점차 나아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한다. 철강경기는 전체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만큼 나라 경제에도 희소식인 셈이다. 실제 포철의 핫코일 중국 수출가격은 지난해 6월 t당 1백93달러 수준까지 곤두박질쳤으나 이달들어선 2백13달러로 회복됐다. 포철은 일본으로 실어내는 핫코일의 수출가격도 올 1·4분기 공급물량에 대해 ?당 1천엔을 올렸다. 2·4분기 공급물량에 대해선 2천엔을 더 올려 받을 예정이다. 현재 t당 28만5천원인 국내 핫코일 판매가격은 2·4분기중 인상할 방침이다. 핫코일 경기가 기지개를 켜면서 제2열연공장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새 설비를 까는 '봄단장'을 했다. 4백억원을 투자,고객이 주문하는 다양한 사양의 핫코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사이징 프레스라는 설비를 들여놓았다. 설치공사를 위해 당초 3월1일까지 가동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철야작업을 거쳐 가동시기를 3일(60시간)이나 앞당겼다. 민 공장장은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3일 일찍 가동함으로써 3만t의 핫코일을 더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제2열연공장은 핫코일 소재인 슬래브의 하루평균 재고가 3만t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엔 이 물량이 5천t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PI(업무혁신)시스템 구축에 따른 결과도 반영돼 있지만 그만큼 핫코일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제2열연공장에서 감지되는 봄기운은 이것 뿐만 아니다. 고객이 주문하는 핫코일 제품의 사양이 그 지표다. 대체로 경기침체 때에는 압연시간이 더 걸리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얇은 핫코일(薄物)의 주문량이 많다. 반면 경기가 좋으면 두꺼운 핫코일(厚物)의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민 공장장은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이 더 소요되고 매출기여도가 낮은 박물위주의 주문이 많았으나 올들어 후물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2열연공장과 마주보고 있는 제2후판공장의 경우는 이미 지난해부터 호황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후판이란 두께가 60∼2백㎜인 강판. 활황세를 보인 조선업황 덕분에 조선용 후판주문이 급증한데다 건축경기마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건축용 후판(H빔등)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래 제2후판 공장장은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후판주문을 못넣어 아우성일 정도"라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당장 맞춰주지 못하는 주문은 일차적으로 국내 후판업체인 동국제강에 돌려주고 있으며 동국제강도 생산 여유가 없을 경우는 일본업체에 양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후판공장은 급증하는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 후판생산량을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포항=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