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가 노조파업에 밀림에 따라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스산업구조개편 관련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고 올해 안에 가스공사를 3개사로 분할한 후 2개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도 이번에 노.사.정 협의를 약속한 것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철도 민영화는 법안 논의 단계에서부터 차질이 생겼다. 철도산업중 시설부문은 공단으로 바꾸고 운영부문은 정부출자회사로 출범후 민영화한다는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여당 핵심부에서마저 '철도 민영화에 대해선 정부측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민영화 문제를 더 이상 다루지 않을 태세다. 공기업 민영화 실패의 부작용은 전 부문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교육문제의 경우 진념 경제부총리가 고교평준화의 잘못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정부청사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하이닉스 해외매각의 협상내용이 주주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알려지자 소액주주들이 집단적으로 매각에 반대했다.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하문제도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해 관계가 복잡한 사안에서 '힘의 논리'가 통하면 국가 운영은 더욱 힘들어진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이번 파업에 밀리면 모든게 무너진다"며 민영화 계획을 절대 수정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이번 사태로 임기를 꼭 1년 남긴 김대중 정부의 집권기간중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