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은 앞으로 '밸류 네트워크(Value Network)'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제품도 판매할 수 있는 국제적 기반을 갖추고 우수 상품을 발굴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SK글로벌에서 전략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함윤성 상무는 종합상사들의 변화방향에 대해 이같이 단언했다. 종합상사의 단순한 트레이드(무역 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영업망의 강화를 통해 제품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 상무는 특히 "신기술이 금방 전수되는 상황에서 제품의 품질과 성능은 국가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이제는 지식을 유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예전에는 '이 제품은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다'며 상품성을 홍보하는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욕구가 이런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이므로 이 제품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시장의 '트렌드(추세)'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사업과 상품의 발굴노력은 필수적이다. SK글로벌은 일본의 게임기업체와 합작으로 게임사업에 진출했으며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쇼핑몰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백2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는 투자규모를 더 늘리기로 했다. 투자를 통해 우수 제품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다. SK유통과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해 국내외를 망라한 유통망도 확보했다. 수출을 위주로 하던 종합상사가 아니라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추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운영하는 포괄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함 상무는 "종합상사는 궁극적으로 사내분사와 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업부문에 진출하고 이를 국내외 영업망에 연결해 주는 지주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마케팅을 강화하다보니 외국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한때 수출의 역군으로 칭찬받던 종합상사가 수입에 앞장서 국부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함 상무는 "해외영업망을 활용해 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들여올 수 있다"며 순기능을 강조했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좋은 제품이 있다면 누군가라도 들여와 팔 수 있다. 그러나 종합상사가 수입할 경우에는 해외영업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에서 들여올 수 있고 국부유출도 줄일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상무는 지난 98년 SK글로벌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에서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조직문화가 비교적 자유롭고 국제화돼 있으며 항상 새로운 뭔가를 찾아나선다는 점이 그가 종합상사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함 상무는 "종합상사 사람들은 사업을 보는 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며 "컨설턴트 이상으로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전문화되면서 상사맨들의 전문지식 수준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종합상사의 위기론은 80년대 일본에서부터 제기되어 왔다. "아직까지 누구도 종합상사의 방향에 대해 답을 내거나 성공사례를 낸 적은 없다"는 함 상무는 "상사들의 변신노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