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 패커드(HP)와 컴팩간 합병 성사를 둘러싼 HP대주주 가문과 경영진의 막판 세대결이 치열하다. 내달 19일로 주주총회가 다가온 가운데 양측은 21일 미국의 유력 신문들에 서로를 공격하는 광고를 게재했으며 합병에 대한 HP 직원의 견해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P 공동창업자의 아들로 합병 저지를 주도해온 대주주 월터 휴렛은 이날 월스트리스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몇몇 신문에 합병을 강행하려는 칼리 피오리나 HP 최고경영자를 비난하는 광고를 일제히 게재했다. 휴렛은 광고에서 "경영진이 합병 성과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면서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렛은 "피오리나가 오판하고 있다"면서 "그가 과거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중역으로 있을 때 이 회사와 필립스 전자간 합병을 잘못 다룬 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이어 "컴퓨터 시장의 침체가 최악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컴퓨터 제조가 주업종인 회사(컴팩)를 흡수하면 (HP) 주가가 타격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HP 경영진도 반박 광고를 게재했다. 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한 별도 광고에서 "양사 합병이 특히 기업컴퓨터시장 등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강조했다. 210억달러 규모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IBM에 이은 세계 2위 컴퓨터 회사가 탄생한다. HP 지분을 18% 가량 보유하고 있는 휴렛은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군소 주주들의동의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합병에 대한 HP 공장 근로자의 견해를 조사한 내용을 놓고도 첨예하게맞서고 있다. 발단은 휴렛 가문측이 10만달러를 들여 독립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결과를 놓고 "근로자도 합병에 반대한다"고 발표한데서 비롯됐다. 필드 리서치가 지난 14-18일 오리건주 코발리스 소재 HP 프린트사업부 공장의 전.현직원 671명을 임의 추출해 전화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가 합병에 반대했다는것이다. 현직의 경우 63%가, 퇴직자는 59%가 합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직기간이 길수록 합병에 거부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반면 간부들은 합병에 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결과에 대해 경영진은 이 공장 근로자가 4천200명으로 HP 전체 직원 8만8천명의 견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확대 해석에 반발했다. 휴렛 가문측도 대표성 시비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필드 리서치 관계자도 사안의 민감함을 감안한듯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졌다"고강조하면서도 그러나 "회사 전체 직원이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속단하기는 무리"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