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카드사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카드사의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비중을 내년 말까지 전체 카드사용액의 50% 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카드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반(反)시장적인 정책으로 자금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려 든다"는게 카드업계의 반론이다. 정부와 카드사간의 갈등은 '대출서비스 제한'에만 그치지 않는다. 길거리 모집 금지,무리한 채권추심 제한 등에 대해서도 카드사와 정부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 대출서비스 규제는 사채시장 활성화? =카드사들이 정부의 카드정책중 가장 '반 시장경제적'이라며 반발하는 대목은 대출서비스 규제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전체 사용액의 절반 이하로 낮추라는 정책은 사채시장을 키우겠다는 얘기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말 현재 카드사들의 대출서비스 비중은 전체 사용액의 65% 정도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취급액을 이전보다 15%가량 줄여야 한다.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24% 정도지만 사채이자율은 대부분 연 1백%가 넘는다. 카드론 억제로 갈 곳 없어진 서민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몬다면 되레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 정부가 신용불량자 늘렸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은 지난해말 현재 1백4만2천명에 달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해 정부의 원칙 없는 신용정책이 오히려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신용불량자 등록기준을 대폭 강화, 5만원 이상 3개월 연체시 무조건 신용불량자로 등록토록 했다. 신용불량 등록기준이 강화되면서 신용불량자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신용불량자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1백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사면을 실시했다. 이밖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불량자 등재 기준을 다시 지난해 4월 이전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에선 신용불량등재 기준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다른 한편에선 신용불량자를 대거 사면하는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게 카드업계의 불만이다. ◇ 길거리 모집.과잉추심 문제 ="무분별한 길거리 카드 발급이 카드 과잉사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게 정부의 분석. 특히 길거리 카드모집인들은 건당 2만5천∼4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미성년자와 같은 무자격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과잉 카드 발급은 인정하지만 길거리 모집을 전면 중단시키는 것은 카드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지 않은 삼성 LG 등 전문계 카드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무리한 채권추심에 관한 정부와 카드사의 시각도 상반된다. "연체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밤늦게 빚독촉 전화를 거는 등 카드사들의 채권추심 방법이 지나치게 강압적"이란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카드빚을 갚지 않는 사람은 재범자가 대부분인게 현실"이라며 "채권추심을 강화해 연체율을 낮춰야만 자산건전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