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경기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 벤처 경기에서도 반도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에 장비를 공급하는 벤처.중소기업들이 벤처제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벤처.중소기업들은 지난해 불황에 시달리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그러나 이 벤처들은 올해 매출목표를 50% 이상 올려 잡는 등 공격 경영을 선언,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불황 돌파구 용으로 지난해 개발해 놓았던 신규사업 분야의 첨단 제품을 금년에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실리콘테크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3백90억원보다 83% 정도 늘어난 6백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매출목표의 절반 이상을 해외부문에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과 중국연락사무소가 올해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또 내수 공략 신품목으로 IC검사장비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씨텍은 지난해 개발한 LCD(액정) 제조용 세정장비로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수출 목표는 전체 매출의 40%인 2백60억원 규모. 올해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의 두 배 정도인 6백58억원으로 잡았다. 펠리클(반도체 회로용 막) 제조업체인 에프에스티도 올해 수출증대를 통한 매출액 급증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대만 등지에 펠리클을 대거 수출하기 위해 지난해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수출시장을 단단히 다져 놓았다고. 디아이는 올들어 검사장비인 버닝시스템과 보드의 주문이 확연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여세를 몰아 디아이는 하반기중 새 반도체검사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목표(지난해보다 27% 가량 늘어난 5백50억원) 달성은 식은 죽 먹기라는게 디아이 관계자의 얘기다. 신성이엔지, 성도이엔지, 선익시스템 같은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매출액 목표를 높이면서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공격 경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영업실적 호전이 확인되면 올 하반기엔 떠 다른 도약을 위해 설비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설비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매출액 증가에 이어 수익성이 뒤따라 주면 상황은 바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LCD 부문의 경우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장비나 부품도 더욱 특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 대형 LCD 업체들이 TFT-LCD 신규라인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반도체장비 벤처들의 설비투자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인 전병서 부장은 "LCD 가격 강세와 3백mm 웨이퍼 부문 확대 등이 앞으로 반도체 장비 벤처기업 등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분야의 벤처.중소기업들의 활약이 '벤처 경기' 회복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