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스캔들이 '실리콘 밸리'에도 충격을 가하고있다. 이른바 '닷컴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그간의 고속 성장에 가려져 대충 넘어가던 회계에 대한 채찍질이 전례없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식 내부거래, 매출부풀리기와 처리자산 불성실 신고 등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단속의 고삐가조여지고 있다. 엔론 충격을 가장 최근에 받은 실리콘 밸리 기업은 컴퓨터 그래팩 반도체 메이커인 엔비디아. 주식 내부거래 혐의가 나타나 자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지난 15일 공시해 주가가 폭락했다. 회사측은 지난 14일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적에 따라 "일부 비용지출과 지분 이동에 의혹이 있다는 판단에 도달해 내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SEC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 직원 11명을 고발했다.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게임기인 X박스 부문과 계약키로 한 사실을 활용해 증시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EC는 이 문제에 관한 조사를 지금도 진행중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크리티컬 패스도 단단히 혼나고 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태처 사장은 매출 실적을 부풀렸다고 실토했다. 비슷한 경우인 실리콘 밸리의 다른 닷컴 기업들도 SEC가 조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여 잔뜩 긴장하고 있다. SEC는 이미 지난 99년 12월 기업들이 새로운 회계 규정을 채택토록 요구했다.차터드 어카운턴츠 잡지에 따르면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닷컴 기업들은 정확하게 매출을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편법은 끊이질 않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태처 사장은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있다. 벌금도 25만달러가 부과될 수 있다. SEC 관계자들은 태처 케이스를 계기로 실리콘 밸리의 다른 닷컴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터넷 버블'이란 책을 쓴 마이클 퍼킨스는 "거품이 걷힘에 따라 닷컴 기업들이 또다른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라면서 "닷컴 스스로도 자기네 회계 관행이 이렇게까지 비판대에 오를 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만 문제가 되고 있는게 아니다. IBM은 작년 4.4분기의 자산매각 가운데 3억달러분이 누락됐다는 보도가 15일 뉴욕 타임스에 나온 후 주가가 폭락했다.거대 통신기업인 월드콤 역시 일부 세일즈맨들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보도가 나와 난감한 상태다. 퀘스트 커뮤니케이션도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져 난감해하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엔론 스캔들의 여파를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도 적극 경주되고 있다. 애플은 17일 경영감사위원회가 재무외적인 컨설팅을 하지 못하도록 선을그었다. 감사를 명분으로 내부 정보를 입수해 엉뚱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는 "주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회계처리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