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중반 한바탕 중국 열풍이 불었었다. 당시엔 봉제,조립,전자부품 업체들이 진출했으나 섣부른 준비에다 한국이 외환위기까지 맞으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대기업(삼성 LG SK)등을 중심으로 중국 투자가 다시 확대됐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생산기반을 아예 중국으로 옮기는 회사도 생겼다. 최근엔 이같은 열기가 중소·벤처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전방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중국내 각 곳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행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급팽창중인 중국내수 시장 △한국내 기업활동규제 등을 들어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이 '일단 가고보자'는 식으로 무리하게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등 과열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기름진 텃밭'=경기도 안양에 소재한 디지털오디오 제조업체인 청람디지탈의 김만식 대표는 얼마전 유럽과 미국의 바이어들로부터 차량용 앰프를 대량 공급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에서 생산하자니 인건비와 물류비가 비싸 도저히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그렇다고 모처럼 찾아온 수출기회를 놓칠 수도 없었다. 고민끝에 그는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현재 중국 쑤저우(蘇州)에 위치한 현지업체와 생산라인 투자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엔 인건비 절감 등으로 기본적으로 판매가격을 10%이상 낮출 수 있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에서 해외수출을 할 때엔 GSP(일반특혜관세)로 인해 한국에서보다 25%가량 인하된 가격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도화학의 경우 당초 전북 익산에 폴리올수지 공장을 만들 방침이었으나 국내 업체간 경쟁이 심해 중국에 에폭시수지 및 폴리올수지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회사 김종수 상무는 "중국 에폭시수지 시장과 폴리올시장을 선점하고 현지 생산·판매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룩스의 노시청 대표도 "생산 인건비가 무엇보다 싼데다 중국내 수요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키위해 중국을 연구 생산거점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철저하게 준비해야=스틱IT벤처투자의 도용환 대표처럼 "중국시장의 버블은 이미 꺼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의 중국행 전략에 긍정적이다. 다만 어설프게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으로 가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의 김화섭 연구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건설 환경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버블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한국과 달리 사람(내수시장)과 자원이 많기 때문에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상술이 뛰어난 중국인의 본성을 감안했을 때 WTO 가입으로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된 이제부터 중국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뇌물 등을 활용해 회사를 키워가려는 구태의연한 자세는 버려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컨설팅업체인 e차이나센터의 양평섭 소장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 것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인지를 따져볼 것 △관련법규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볼 것 등을 조언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