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부문매각협상에서 채권단은 줄곧 `매각우선' 원칙을 견지해왔다. 일각에서 D램가 급등을 내세우며 독자생존을 주장할때도 `상황을 잘 이용해 매각가격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뿐 매각방침은 수정하지 않았다. 이는 물론 채권단의 최대과제인 채권회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재 협상과정에서 거론된 매각대금 규모는 대략 40억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우리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면 채권단으로서는 채권회수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있다. 특히 마이크론이 미국 유진공장의 부채 10억달러를 안을 경우 채권단은 5조원의채권을 회수할 수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말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의한 3조원 가량이 하이닉스 주식으로 전환되고, 이를 마이크론에 넘기더라도 채권단은 전체 채권 가운데 70% 이상을 회수할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출자전환시 산출된 하이닉스의 청산가치(대략 25.5%)를 감안하면 신규지원에 참여한 채권 금융기관은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타결되면 청산가치에 따라 채권을 털어버린 다른 금융기관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된다. 현재 채권단에 속하면서 신규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 신한, 한미, 하나은행등은 지난해말 하이닉스 채권을 못받을 것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80% 이상 쌓아뒀다. 충당금 비율은 국민은행이 80%, 신한은행은 100% 등이다. 이들은 일단 청산가치를 감안해 일부만 하이닉스 주식으로 전환받게돼있고, 매각협상이 타결되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있다. 신규지원에 참여한 외환, 조흥, 한빛, 산업, 씨티은행등은 더 큰 이득을 볼 수있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은행들은 대부분 40%의 충당금 비율을 쌀아두고 있는데 70%가 넘는 수준의 채권회수를 할 경우 신규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은행들이부러워할 채권회수를 할 수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금융권 최저'의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채권이 담보채권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 없다. 채권변제 우선순위에서 다른 은행들을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현재 매각이 성사된 이후 매각대금 변제방안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벌이고 있고, 이 신경전은 매각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단의 `매각우선' 방침은 여전히 여러가지 변수가 남아있다. 우선 매각후 남게되는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잔존법인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이 법인에 묶인 채권단의 채권회수가 불리해질 수있다. 이 때문에 매각협상에서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보다 확실하게 잔존법인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있는 투자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 D램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독자생존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경우채권단은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만일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돌릴 경우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확실하게 반도체시장에서 살아남을 수있도록 1조원 가량의 시설투자비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또 하이닉스 운영자금 등 신규자금 지원 부담도 고스란히 채권단이 고민해야 한다. 하이닉스가 영업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업이 급격하게 호전될 경우 채권단은 독자생존을 택한 모험의 대가를 일찍거둘 수있지만 장담할 수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채권단이 가장 큰 목적인 채권회수를 위해서는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며, 채권단의 신규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막판 변수로 부상한 인피니온에 대한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인피니온이 마이크론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있을 지가 가장 큰 조건이 된다. 채권단은 인피니온의 현금보유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인피니온과의 매각쪽으로상황이 바뀔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도체시장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인피니온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알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