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 국토개발연 선임연구위원 > 맹목적인 농지전용 억제정책을 전환할 시점이 됐다. 버려지는 한계농지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자. 주말농장이나 도시민의 여가활동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땅들이 황무지화되는 것을 막자는 얘기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도시 주변의 농지도 규제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 농지기능을 상실한 농업진흥지역 밖의 보전가치가 적은 농지는 도시민 여가 시설이나 도시용으로 전용이 허용돼야 한다. 50년대 이후 고향을 등지고 도시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우리는 이제 여가생활을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내가 살던 고향에 집이라도 한칸 짓고 주말농장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길이 없다. 다시 집 한칸을 마련해 보려니 1가구 2주택으로 중과세의 대상. 도시민에게는 농지 매입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렇다고 농민에게 더 많은 농지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농사를 지으려니 노동 투입비는 제쳐두고라도 씨앗과 비료값도 건지기 어려운 한계농지가 많다. 팔아보려니 노인들만 남아 있는 농촌에는 살 사람이 없다. 대도시 주변에서도 농지전용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우량농지가 일부라도 포함돼 있는 개발사업은 사업자체가 아예 무산되는 수도 있다. 더없이 좋은 입지조건을 가진 한계농지일지라도 농지보전이라는 정책의 벽은 넘기가 매우 어렵다. 국내외 여건이 급변해도 농지전용 규제는 변함이 없다. 농민이 절대다수였던 보릿고개 시절에 약자인 농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농지보존정책이 지금은 오히려 농민들의 선택 폭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도 퇴색됐다. 제 역할을 못하는 농지를 더 이상 묶어두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판국이다. 물론 농지 전용이 국토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이라든지 토지 투기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농지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에 기초한 전국의 농지이용 종합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도시 주변의 지가 상승을 염두에 둔 농지훼손이나 농촌에 개발열풍을 몰고 오는 전국토의 난개발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