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해 4.4분기 전분기에 비해 모처럼 증가함으로써 '닷컴 냉각기'가 지나간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벤처 이코노믹스에 의뢰해 조사한 내용을 담은 4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해 4.4분기 71억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2% 증가했다. 분기 투자가 전분기에 비해 증가한 것은 지난 2000년 2.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투자액은 263억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금액은 전년동기에 투자된 209억달러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투자분도 365억달러에 그쳐 한해 전에 비해 63%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에 투자된 996억달러도 당초 협회가 기대했던 1천40억달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4.4분기 투자분 가운데 11억달러는 바이오테크 쪽에 할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분기 전체 투자의 11%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동기의 4%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이 바이오테크 부문에 거는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 이코노믹스의 제시 레이스 부사장은 "연초 기준으로 투자 가능한 미국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500억달러 가량"이라면서 "지난해 4.4분기 신규 유입분이 한해전에 비해 65% 줄어든 90억달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로 늘어난 돈도 한해 전에 비해 47% 줄어든 482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레이스 부사장은"지난해 하이테크 기업들이 큰 손실을 낸데다 기관투자가들도 이 부문 투자 비중을줄이는 바람에 신규자본 유입이 이처럼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로 알토 소재 벤처캐피털사인 슈터 힐 벤처스의 제너럴 파트너 그레고리 샌스는 "닷컴 침체가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그러나 "다시 침체에빠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사를 주도한 전미벤처캐피털협회의 존 테일러 조사담당 부사장은 "벤처 업계가 바닥에서 벗어나 분명히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적으로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