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9% 가량 줄어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 내리 뒷걸음질했다. 다만 감소폭은 작년 6월(-15.2%) 두 자릿수 감소세로 악화된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다소 둔화됐다. 1일 산업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1월 중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백15억1천8백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9% 감소했다. 수입도 1백13억4천만달러로 역시 8.7%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억7천8백만달러 흑자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었다. 김칠두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설 연휴가 끼었던 작년 1월에 비해 올 1월의 통관일수가 사흘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수출이 본격 회복된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2·4분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이 가시화돼야 수출 여건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올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7.5% 늘어난 1천6백20억달러로 잡았지만 10% 이상 증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동향=품목별로는 반도체 D램과 액정표시장치(LCD) 석유화학제품 등의 국제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반도체는 작년 1월보다 38.7% 줄어든 11억달러를 기록,지난 한햇동안의 감소폭(-45.0%)보다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24.0% 감소한 컴퓨터는 지난달 3.0% 증가로 반전됐다. 석유화학제품도 작년 1월과 비슷한 7억1천만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또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는 각각 11억달러와 8억8천만달러로 27.8%,25.5% 증가하면서 수출 버팀목 역할을 계속했다. 반면 선박은 인도 시기 연기 요청이 늘어 50.0% 감소했고 석유제품도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47.9% 줄었다. 철강(-14.4%) 일반기계(-13.3%) 섬유류(-5.2%)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망=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이 기나긴 불황터널 탈출 신호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수출 부진의 '주범'이던 반도체 D램 가격이 오름세고 컴퓨터 수출도 증가세로 반전됐다. 미국도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97.7)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로 소비심리가 나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출 조기회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 엔화 약세에다 중국과의 시장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실제로 엔저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대(對) 일본 수출은 지난달 46.9% 줄었다. 동남아권 수출도 24.5%나 곤두박질했다. 철강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요 통상분쟁 품목에 대한 교역상대국의 공세도 강화될 조짐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선진국 시장이 아직 침체상태이고 통상분쟁의 불씨가 남아있어 세계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본격 수출 회복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