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고치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가계대출 급증세를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권간 논란이 치열하다. 작년말 현재 일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백28조3천6백억원. 1년전에 비해 4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대해 우회적인 제재조치 발동을 시사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에 대해 ''가계대출의 비중이나 규모는 은행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가계대출 위험수위?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나온다. 우선 시중자금 배분의 왜곡 가능성이다. 기업에도 흘러들어가야 할 자금이 가계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향후 부실가능성이다. 가계에 몰린 돈중 상당액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것과 관련, 향후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같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무분별한 가계대출 확대와 신용카드 발급 남발이 신용불량자 양산과 가계파산자 속출로 이어지는 등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정부부처들이 저마다 경고메시지를 던지는 등 가계대출 확대 추세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에는 (한은이 저리로 빌려주는) 총액대출한도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금감위는 31일 가계여신에 대해 과거 부실률 만큼 의무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거들었다. ◆ 은행들은 불만 =은행들은 당국이 금융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근거 없는 기우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부실화 지표인 연체율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1.75%로 선진국들의 1%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대부분 은행들은 또 자체 신용관리시스템을 개선해 운영하는 등 나름의 안전판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은행권은 특히 금융시장 개방으로 은행간 치열한 수익성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행들은 요즘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필두로 가계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은행은 소매금융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김정태 행장의 방침에 따라 최근 3개월동안 3조원가량 가계대출을 늘렸다. 언제 부도를 낼지 모르는 기업과 달리 가계 대출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관리가 수월할 뿐 아니라 예대마진도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은행의 수익성 제고와 건전성을 감독및 평가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터에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걸 문제삼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정부가 가계대출 확대를 시비 삼기에 앞서 기업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 기업대출 리스크를 줄여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충당금 의무적립 방안은 가계대출금리 인상을 불러 저금리 기조를 해치는 등 부작용만 빚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