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미국 최대의 에너지 중개회사 엔론은 돈 섹스,그리고 난잡한 생활을 혼합한 ''칵테일''이었다고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엔론을 미국판 ''아방궁''으로 묘사했다. 사내불륜이 만연했고 고위 임원들의 이혼이 유행했으며 심야회의가 끝난 뒤 유리 벽으로 가려진 사무실에서 벌어진 정사에 관한 얘기는 엔론 사옥이 위치한 휴스턴 시내의 화젯거리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개 에너지 회사의 합병으로 엔론이 탄생한 1980년대 중반부터 휴스턴은 엔론의 도시가 됐다. 엔론 임원들은 휴스턴 교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같은 유명 인사들이 모여 사는 리버 오크스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짓기 시작했다.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였던 제프 스킬링은 대리석에서 소파 벽지 그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집을 엔론의 기업이미지 색상인 검은색과 흰색으로 장식했다. ''엔론 부인''으로 통한 엔론 직원들의 부인들은 메르세데스 승용차와 부드러운 털 스웨터,가죽바지 등으로 유명했다. 엔론은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MBA 출신 인재들이 휴스턴에 오도록 설득하면서 탐욕과 보상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 회사에서 상여금이 나오는 날은 ''자동차의 날(Car Day)''로 알려져 있다.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될 스포츠카의 행렬 때문이다. 엔론은 내부적으로는 직원들끼리 성(性)과 돈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갔지만 외부에는 자사를 ''직원들이 기쁘게 일하는 가족''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가장 혁신적인 회사(포천),새로운 미국 직장의 모델(뉴욕타임스)등 언론의 격찬이 이어졌다. 특히 우수한 두뇌들이 체면유지를 위한 막대한 급여인상을 요구하면 엔론 경영진은 이를 들어주었고 그러면 그들은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실력이 처진 직원들에게는 매정했다. ''높은 지위 아니면 해고(rank or yank)''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게 한 사례. 모든 직원들의 실적을 5단계로 나눠 매년 가장 낮은 단계의 평점을 받은 15%를 해고했다. 이 회사의 고위 임원들만이 엔론이 ''카드로 쌓아올린 집''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때부터 이들은 가능한 많은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한 전직 에너지 거래상은 "그것(엔론의 행태)은 미친 짓이었다"며 "우리들의 사생활에서조차 규칙이란 게 없었다.모든 것이 섹스와 돈의 극단을 치달았었다"고 술회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