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영상 저장 및 전송시스템(PACS)이라는 ''난해한'' 업종에서 한국 기업과 외국 대기업들이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쪽에선 벤처기업들이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따라서 이 상전(商戰) 결과가 벤처업종의 국제경쟁력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PACS란 병원에서 사용되는 각종 사진자료를 컴퓨터를 활용해 저장하고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 초음파진단기 등 각종 의료기기로 환부를 촬영한후 필름으로 뽑을 필요 없이 바로 컴퓨터 화면에서 판독하는 것이다. PACS 시장은 1994년 시장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메디페이스 마로테크 등 국내 벤처기업들의 독무대였다. 메디페이스의 경우 최근까지 인천길병원 경북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의료원 순천향대학부천병원 등 모두 43개 병원에 PACS를 설치했다. 마로테크도 서울대병원 일산백병원 국립암센터 인제대병원 등 모두 14개 대형병원에 PACS를 공급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다국적 회사인 아그파와 GE메디컬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그파코리아는 이달초 식약청으로부터 PACS 솔루션에 대한 인증을 마치고 한국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그파코리아는 벨기에의 아그파가 세운 한국 자회사다. 아그파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99년부터 PACS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으며 본사와의 기술교류를 통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그파코리아는 국내 PACS 관련 벤처기업인 메디칼스탠다드에도 출자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공동전선도 구축했다. 미국 초대형 기업인 GE메디컬은 아그파보다 한발 앞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PACS 시장에 뛰어들었다. GE메디칼시스템코리아는 지난해말 식약청으로부터 PACS 인증을 획득했으며 영동세브란스병원에 PACS를 들여 놓았다. 한국의 PACS 벤처업체들은 외국의 ''도전자''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성욱 마로테크 실장은 "외국에서는 GE메디컬과 아그파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 의료환경은 외국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시장 잠식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출 메디페이스 사장은 "국내 업체와 외국 업체와의 기술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의 차별화를 통해 외국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고 장담했다. 국내 PACS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 커지고 있는 고성장 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2000년의 4백억원 수준에서 지난해엔 1천억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또 PACS 설치가 대형병원 위주에서 중소형 병원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며 병원의 디지털화를 위해서 PACS 설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투자사 심사역들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될 형편으로 그 와중에 가격인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