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협상이 교착국면에 돌입했다. 협상의 분수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4차협상은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겉돌았고 양사는 추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협상테이블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한 당초 약속시한을 넘길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어떤 형태로든 협상이 타결되지 않겠느냐는시각은 건재하지만 협상무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 막판 틀어진 협상 = 4차협상은 당초 채권단이 직접 가세한 ''최종담판'' 성격이어서 합의도출 실패 소식은 협상흐름을 급랭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이크론은 28일숀 마호니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고 현재로서는추가 논의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도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핵심 관계자들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마이크론과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양사 협상팀 모두 4차협상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협상도중 뭔가 틀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평행선 달리는 가격차 = 최대쟁점인 인수가격에 관한 입장차는 4차협상에서도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커진 느낌이다. 특히 채권단이 `바통''을 넘겨받아 직접담판에 나섰지만 마이크론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하이닉스가 이번 협상에서 인수대금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액수는 50억달러 이상. 최근 D램값 상승세와 영업권등 미래가치를 감안한 것이다. 마이크론이 제안한 31억∼33억달러와는 20억달러에 가까운 가격차가 난다. 하이닉스 협상팀이 제시한 수정협상안은 채권단 내부의 이견을 그나마 무마시킬수 있는 카드인 것으로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구조특위 관계자는 "(50억달러) 그이하의 가격으로는 모든 채권기관을 설득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며 "채권단 내부적으로 추가 부채탕감이나 매각가격 분배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적지않다"고 전했다. ◆ 채권단 이견조정이 관건 = 표면적으로는 양사가 협상채널을 열어둔 채 냉각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양사가 그어둔 `시간표''는 매우 촉박하다는게 구조특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이크론이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최후통첩에가까운 메시지를 전달한 이상, 더이상 머뭇거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주가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과연 마이크론이 제시한 협상안을 수용하느냐 여부가 협상성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협상안이 기존안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이 기존 입장을 돌연 바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과의 딜이 깨질 경우 채권회수는 물론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쉽사리 `판''을 깨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높다. 특히 최근 잇따른 해외매각 지연사례로 정부와 채권단 고위층의 부담이 커진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단계에서 협상자체가 깨지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채권단내 갈등이 조정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설 이전 협상매듭 전망'' = 채권단은 이날 오전 협의회를 갖고 전날 귀국한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뒤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으며 늦어도 29일까지는 내부의견을 집약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구조조정특위는 전체회의를 주재, 전체적인 대응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특위내 협상 최고책임자인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오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금주중 큰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협의가 잘 진행되면 설날 이전 서울에서 후속협상이 재개돼 양해각서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해각서에 담길 합의의 `수위''와 구속력 여부는 채권단 내부조율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구조특위내에서는 협상이 지연되면서 독자생존론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신국환 구조특위 위원장장도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해외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가급적 현재 공장현장에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敭汰隔?큰 협상을 무리하게 끌고가는 것 보다는 국내반도체산업의 위상과 최근 반도체값 급등세를 감안해 자력갱생하는 방안을 강구해보자는 것. 그러나 반도체경기가 불확실하고 유동성 위기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과연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