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로 미국 백악관이 사상 처음 의회로부터 제소당할 위기에 놓였다. 또 엔론스캔들 청문회가 시작된 다음날인 25일 새벽 엔론 전 부회장인 J 클리포드 백스터가 권총자살을 하는 등 엔론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소송 휘말리는 부시 행정부=의회의 수사기관격인 회계감사원(GAO)의 데이비드 워커 원장은 26일 "에너지정책 관련 서류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백악관이 일주일내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간 사상 초유의 법정소송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딕 체니 부통령이 이끌던 에너지정책 특별대책반은 이미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25일 ''밀실에서 엔론측에 특혜를 주는 정책을 입안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 위반에 따른 불법책임을 묻는 소송을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백악관은 GAO의 제소 위협에 법정에서 보자는 강경입장을 보였다. 또 미국정부가 엔론 및 회계법인 아더앤더슨과 맺은 1백여건의 계약(7천만달러)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이날 긴급 지시했다. ◇엔론 핵심인사 사망과 컨설팅관행 변화=지난해 5월 엔론의 부회장직을 사임한 백스터의 시신을 부검한 검시관은 26일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백스터는 엔론의 편법 회계관행에 문제를 제기,케네스 레이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의회는 그를 조사할 예정이었다. 엔론사태 이후 미국기업들은 제2의 엔론이 되지 않기 위해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컨설팅까지 받은 종전의 관행을 바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투명회계를 자부해온 미국업계가 분식회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엔론여파로 미국언론계에도 자성론이 제기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대부분의 언론이 국민에게 엔론의 파산 가능성을 알리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엔론을''새로운 미국 직장의 모델''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오광진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