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벤처게이트로 인해 정부의 벤처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방향은 왠지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비리는 비리자체로 떼어내 엄격히 따질 일이지 이것을 가지고 아예 본질적인 부분까지 흔드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정부는 환경만 조성하고 모두 시장에 맡겨버리자는 주장은 맞는 것인가. 이미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얼룩진 벤처라는 용어대신 ''기술집약형'' 내지 ''신기술(창업)''등 중립적 용어로 대체해서 생각하면,현재 벤처관련 지원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환경조성이라는 말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부가 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을 다방면에서 지원해야 하는지 근원적 물음부터 던져 볼 일이다. 시장에 맡기면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정보ㆍ인력ㆍ경영상 어떠한 장애요인도 없으며,또 언제나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보장될 만큼 시장실패가 없는가. 한시법인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을 둘러싼 시비도 생각해 볼 점은 분명히 있다. 오죽이나 관련법들이 복잡하고,그래서 기업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할 수밖에 없었으면 이런 특별법이 나왔을까. 분명히 규제혁파의 목적도 동시에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벤처기업 확인?도 그렇다. 확인요건은 특별법상 세제나 자금 등의 수혜자격 규정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규정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총칭해 부를만한 마땅한 이름을 찾다가 편의상 ''벤처''라고 명명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슨 품질을 인증하듯 벤처를 인증한 것은 아니며,투자하면 성공한다고 보증한 것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오도된 신호를 보냈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심화시켜 악화가 양화를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걸까. 진정으로 수혜자격 요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아니면 정부 스스로의 의도적인(?) 방조 내지 과욕 혹은 운영과정상의 잘못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투자자들의 농간이나 무지탓일까. 먼저 이것부터 냉정히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클린벤처니 건전벤처 운운하는 것은 차라리 더 황당할 뿐이다. 방황하는 중기청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시장에 맡겨도 될 일을 간여하는 ''지나침''은 피해야 하지만 시장실패로 인한 ''모자람''을 채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몫이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