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 도공(陶工)의 후예가 국내의 한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일본 오사카에 기반을 두고 무역업체를 경영중인 가미이 히데토씨(紙井英人.52)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창흥정보통신의 대표이자 1대 주주인 이용승 사장으로부터 75만2천5백60주(지분율 8.18%)를 사들여 24일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인수가격은 3천1백80원. 그는 창흥정보통신이 조만간 발행할 예정인 1백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등에도 추가 투자, 지분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인수합병(M&A)을 주선한 이머징M&A인베스트먼트의 양귀현 상무는 "히데토씨는 이사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22.18%중 일부를 인수한 것"이라며 "나머지 지분은 히데토씨의 우호세력인 국내 투자자 4명이 모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M&A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히데토씨는 부모 등으로부터 자신이 조선시대 도공의 후예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는 것. 그는 평소 한민족의 분단상황에 대해 연민을 느껴오던중 창흥정보통신이 휴전선에 설치돼 있는 대북방송용 확성기(앰프)의 국방규격을 획득한 유일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79년 설립된 창흥정보통신은 정보통신공사 구축사업을 기반으로 ITS(지능형교통시스템), DVR, 방송장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97년부터 연간 2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2001년 전임 이갑열 대표가 타계한 이후 영업실적이 악화돼 작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이때 한국내 투자를 희망하던 히데토씨와 접촉하게 돼 이번 M&A가 이뤄졌다. 히데토씨는 창흥정보통신을 직접 경영하지 않고 국내 인사들에게 위탁 경영하기로 했다. 양 상무는 "이사장과 향후 영입될 다른 인사가 ''각자 대표''를 맡게 되며 재무관리 및 경영 본부장 자리에도 외부인사가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실사를 거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