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 전송규격을 둘러싸고 정보통신부와 문화방송이 대립하면서 디지털 TV를 제작,판매 중인 전자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자칫하면 이미 판매한 디지털TV를 리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이미 투입한 개발비를 날릴 수도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는 전자산업진흥회 주관으로 디지털TV 방송방식에 대한 논쟁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조만간 작성,정통부 등 관련부처에 제출키로 했다. 또 디지털TV에 대한 국민 홍보 책자도 만들어 각사 대리점 등을 통해 배포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자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논란은 컬러방송이 늦어지면서 컬러TV의 해외판매마저 지연돼 초기시장 선점에 실패한 전례를 되풀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컬러TV의 경우 업체에서는 74년에 이미 개발했지만 컬러방송이 8년이나 늦게 실시되면서 해외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해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직수출 대신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어 브랜드 이미지마저 떨어지는 결과를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송규격 논란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겨 디지털TV 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디지털 방송의 산업적 파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PDP(벽걸이),LCD(액정표시장치),프로젝션 등 다양한 형태의 HD(고화질) TV 제작기술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우위를 갖고 있고 상당한 로열티 수입까지 기대되는 상황에서 자중지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월드컵 경기 중 3분의 2 이상이 고화질 디지털방송으로 중계되는 등 국내 전자산업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전송방식을 재론한다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그러나 자칫 이러한 대응 자체가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송방식의 결정은 정부와 방송사간의 문제지 TV 제조업체가 직접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데다 자칫 방송사를 자극,논란에 불을 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산업 진흥회 관계자는 "북미는 전 세계 디지털TV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산업적 부가가치를 고려할 경우 전송방식을 재론하는 것 자체가 국내 기업의 디지털TV 기술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논란 일지 ] 1997.11=정보통신부, 지상파 디지털방송 표준으로 미국방식(ATSC) 선정 2000.10=방송기술인연합회, 전송방식 비교실험 요청 2001.01=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ATSC를 미국 디지털방송규격으로 확정 2001.02=방송위원회, 전송방식 비교테스트 실시 결정 2001.04=MBC, 방송위원회에 비교실험 제안서 제출 2001.09.11=비교실험 실시 2001.12=MBC, 비교실험 결과 유럽방식(COFDM)이 우세하다고 주장, 산업자원부에 비교실험 결과 방송정책에 반영토록 요청 2002.1.15=MBC, 비교 테스트 결과 발표회 실시, 정통부에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정식 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