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총 주최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는 중국을 알고 배우자」는 주제답게 중국시장의 ''허와 실''을 지적하는 경제계 원로와 각 분야 중국통(通)들의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지적하며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와 함께 자체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음은 주요 강연내용 요약. ◆ 강봉균 KDI 원장 = 중국시장을 짓누르는 제약요인들이 10년내에 가시화된다.경제가 커지면서 계층.지역간 격차로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체제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국영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치명적이다. 부실채권 규모가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0∼50%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국내기업들이 서둘러 정보화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선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익 보호로 중국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우리기업의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 기업가정신도 높여야 한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중요하다. 남북이 교통, 통신, 물류시스템을 통일해야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대북지원 문제에 관해 국론분열 양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 시야를 조금 넓혀 동북아와 세계시장을 놓고보면 북한을돕는 것이 결국 글로벌 사회로부터 보상받는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 조순 전 부총리 = 중국은 `아시아의 용(龍)''으로 정치.경제대국화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국유기업의 비효율, 금융부실, 구조적실업 등 열거하기 어렵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은 무리없이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자와 자본.기술, 시장, 제도.관행 면에서 잠재력이크다. ◆ 정종욱 전 주중대사 = 정치구조에 근본변화가 진행중이다. 보다 젊고 실용적인 기술관료적 성향의 새 세대가 권력정점에 진입하고 있다. 40년 전후 출생의 인물들로 개혁.개방에 관한 신념은 강하지만 정치민주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중산층이 확대되고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정치민주화 요구가 점증할 전망이다. 이런 정치구조 변화가 한국에는 기회이면서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 리빈 주한 중국대사 =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건설을 목표로 중국 경제가 매우큰 발전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기초는 여전히 얇아 경제와 문화가발달하지 못했다. 국력과 국제경쟁력도 강하지 못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크다. 중국이 거둔 성과는 초보적이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여러나라에 광활한 시장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이 이 역사적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 천진환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사업에 배치할인재를 육성하고 중국 연구를 일시적이 아닌 항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기왕이면최고 일류인재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중국지방을 4대 핵심권역별로 나눠 차별화된 기업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중국내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긴요하다. ◆ 왕립국 산둥(山東)성방직품진출국 공사 대표 = 중국에 진출하려면 우선 계약을 잘 지키고 외상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공짜를 바라면 안된다. 원칙을 지켜야 하며 협력파트너로서 중국인을 무시하지 말라. 중국 통계자료를100% 믿지 말라. 중국인과의 관계를 좋게하려면 `손해보면서'' 우정을 쌓아야 한다.자주 만나고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면서 진정한 친구가 돼야 한다. 돈만 갖고 사귀면안된다. ◆ 안경준 홍콩응앤슘법률사무소 고문 = 중국은 결코 그렇게 밝고 긍정적인 곳이 아니다. 계층간 갈등, 지역간 모순으로 예기치 못한 불안요인들이 잠재돼있다. 장기적이고 정공법적 안목으로 중국진출을 결정해야 한다. `가고 보자'', `가야한다''는 식의 진출은 금물이다. 중국인은 주관적이고 이기적이며 복잡한 사고를 갖고 있는 만큼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야 한다. 특히 중국 사법계의 공정.투명성이세계무역기구(WTO) 수준으로 가려면 아직도 길이 멀다. 현시점에서 무작정 중국에서일어난 분쟁을 중재나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은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지금으로서는 `예방'' 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