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신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의 기대주인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 반도체 등 ''트로이카 품목''의 경기가 급속히 활기를 띠고 있다. 주문이 급증하고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각 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완전 `풀가동''체제에 돌입했다. 아직 예단은 이르지만 회복의 징후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디스플레이 = 올 하반기 PC 수요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디스플레이 부품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던 브라운관(CRT) 시장은 올들어 거의 ''없어서 못파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후문. 국내 업계의 경우 작년 중반 80%선까지 떨어졌던 공장가동률이 올들어 3조2교대로 풀가동 체제에 접어들었다. 삼성SDI는 1.4분기판매량이 당초 목표보다 13.4% 증가한 1천35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한해 30% 이상 폭락했던 가격도 서서히 안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TFT-LCD업계는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LCD 가격이 크게 올라 주력인 15인치가격이 이달 들어 230∼235달러에 형성되고 있다. ''바닥''이었던 9월(205달러) 이후 석달만에 무려 12%∼15% 가량 오른 셈이다. 업계는 하반기 공급부족으로 돌아서면서250달러(15인치)까지 치솟을 것을 자신하고 있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5세대LCD라인 양산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10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휴대폰용 STN-LCD도 최근 대형거래선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 디지털 가전 = 디지털 가전업종도 신명이 났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대표적디지털 제품인 DVD 플레이어 콤보의 1월 생산량은 작년 1월보다 무려 850%나 늘어났다. 판매량은 2만대로 작년(2천대)의 10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월 디지털 가전제품군의 실(實)판매가 작년 12월보다 무려 30% 늘었다"고 말했다. 구미공단내 LG전자 디지털TV 공장은 밀려드는 수출주문으로 ''100% 가동''도 모자라 특근형태의 평일 연장근무가 이어지고 있으며 격주휴무도 사라졌다. 하루 TV 생산량은 작년 1만6천∼8천대 수준에서 20% 가량 늘었다는 후문이다. 휴대폰업계도 작년에 이어 상승탄력을 꾸준히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국내시장이 작년과 비슷한 1천350만대에 그칠 전망이지만 컬러휴대폰을 앞세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중국의 CDMA 서비스 개시와 유럽시장의 2.5세대 휴대폰 GPRS 등장이 수출 주문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 반도체 = 조정국면을 겪다가 대세상승 국면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주력인128메가 D램 현물가격은 한때 개당 3달러(평균가격)에 근접했지만 22일 현재 아시아현물시장에서 3.35달러까지 회복했다. 고정거래가는 이미 제조원가를 훌쩍 넘어섰다는게 정설. 특히 일반 싱크로노스 D램보다는 특화제품인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쪽에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그래픽 D램 또는 DDR, 그래픽 카드 등에서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 유형이 `U''자형인지, 아니면 `V''자형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