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 올해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거 때면 으레 지역개발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역개발은 주민들의 소득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치논리에 휘말린 지역개발 정책은 궁극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현재 지역경제의 문제는 무엇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건설업과 유통업이란 두 기둥은 외환위기 이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방 건설회사가 줄줄이 무너졌고 지역내 백화점과 재래상가도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붐''에 편승해 지역경제도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지역경제에는 산업기술을 혁신할만한 잠재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 위주의 산업으로 도약시키려면 지역경제의 ''클러스터''(cluster)를 혁신하는게 급선무다. 클러스터란 기업과 전.후방산업, 각종 기관들이 지리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단위를 일컫는 말이다.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지식 네트워크''라고도 할 수 있다. 지식이 생산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산업단지와는 구별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자본 기술 인력의 이동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클러스터가 강조되는 까닭은 지리적 입지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은 한정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러나 경쟁이 확산되고 심화될수록 국가 또는 도시 단위에서의 경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기업의 번영은 지역의 입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클러스터는 기업이 입지를 선택할 때 핵심적인 요소다. 미국의 전략경영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는 이런 맥락에서 기업-산업-정부-지역기관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가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나 EU(유럽연합)에서는 클러스터를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개발되고 있다. 클러스터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지식이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결과다. 다른 지역의 클러스터에 대한 비교 분석도 활발하다. 지역개발 사회간접자본 교육투자 등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도 이런 관점에서 재배치되는게 타당하다. 선거용 지역개발 정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또 ''월드컵 특수''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도 되짚어 봐야 한다. 월드컵과 연계된 상품기획이나 적절한 마케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월드컵은 1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다. 선거와 월드컵을 지역경제의 클러스터를 혁신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