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 국민의 90% 이상은 한국의 부패 수준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역대 정부 치고 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경우가 없는데도 성과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패척결 논의의 대부분이 중.하위 공직자나 행정관료에 집중돼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권력의 핵심은 논의에서 빠져 나가기 일쑤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부문별 부패체감도 조사결과를 보면 정치권에 대한 부패 인식이 가장 높고 검찰과 경찰도 여타 부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국민 누구나 정치권의 부패를 느끼고 있으나 돈 안쓰는 정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항상 벽에 부딪친다. 둘째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싱가포르나 홍콩도 불과 반세기 전에는 대단히 부패한 나라들이었다. 그러나 홍콩은 독립적인 반부패 기구를 설치했고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부패 추방을 위한 엄격한 리더십을 발휘해 부패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췄다. 우리는 이같은 계기를 잡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해 부패방지법과 돈세탁방지법이 입법돼 부패방지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족되고 금융실명제와 더불어 미흡하지만 제도적으로 부패 척결을 위한 기본이 마련됐다. 부패방지법에 의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혁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것은 정치 부패다. 이것이 안되면 다른 부문의 청렴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서울시가 실시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온라인 민원처리 시스템이나 전자입찰제와 같은 전자정부 실현은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공무원의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 부패를 묵인하거나 동조하는 일부 국민의 의식은 공정, 투명, 정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지면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정치적 리더십과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정직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쌓여 합쳐질 때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