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 상승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해외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긍정적인 시각은 곧바로 국내 주식시장에도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대외신뢰도 상향에 따라 해외차입 여건이 좋아지는 등의 부수 효과가 예상된다.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의 민영화 작업도 한결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발표한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치의 주인공은 단연 국민은행.이 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에 건실한 자산관리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S&P로부터 투자부적격 등급(BBB-)을 판정받아왔다. 이번에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비로소 국내 최대은행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최근 구조조정의 성과가 컸던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의 선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외환은행은 신용등급이 BB-로 한단계 상향조정됐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조흥은행은 투자부적격 등급(BB)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됐다. 이는 앞으로 3개월 이내 등급 상향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해외차입 등에서도 조건이 한결 유리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입 규모나 주변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용등급 한 단계 상승은 외화차입금리를 0.1%포인트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의 민영화 작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흥은행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상반기중 5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용등급이 조만간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고된만큼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 매각이 한결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일련의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해 은행들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며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등급 상향의 한 이유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